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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국방부 선정, 언어개선 선도부대 육군61사단

지난 2일 사단에서 열린 ‘찾아가는 국어문화학교’에서 장병들이 전문가의 특강을 경청하고 있다. 부대제공

 ‘병영언어개선 나부터…’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폭언·비속어 사용 금지’ ‘전우야! 함께해서 고마워’. 육군61사단을 가보면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입간판을 볼 수 있다. 부대 건물·생활관·병영식당 등 장병들의 생활공간에서도 가장 눈이 많이 가는 위치에 있다. 위병소와 사열대에도 같은 내용을 담은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사단의 관심이 어디에 집중돼 있는지를 잘 알려주는 사례들이다. 사단은 지금 욕설·비속어 등 잘못된 군대언어와 전쟁 중이다.

 

■ 국방부 ‘군인다운 언어’ 추진계획- 군별로 선도부대 선정·운영 중

 

병영 내에서의 ‘군인다운 언어’ 사용 추진은 지난해 5월부터 시작됐다. 언어폭력을 근절하고 사회의 부적절한 언어 군내 유입과 확산을 차단하며 각군간 다른 용어 사용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게 그 목적. 이 같은 방향에 따라 30분품 교육용(5편)과 1∼2분에 이르는 캠페인용(30편) 교육 영상을 제작해 올해 1월부터 병영생활에 특화된 장병언어 교육을 본격시행하고 있다.

또 현재 신병교육기관 2시간, 자대 분기 1회 이상 올바른 병영생활언어 교육을 하고 있다.

앞으로 교육 영상은 신병ㆍ자대ㆍ간부용의 맞춤형으로 추가 제작하는 한편 책자와 PPT 교안 등 교보재로도 발간, 군인다운 언어 사용 정착에 나서겠다는 것이 국방부의 계획이다. 아울러 국방부는 지난달부터 부대 내에서 언어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다양하고 구체적인 실천 방안들을 발굴하기 위해 군별로 언어개선 선도부대를 선정, 운영 중이다.

부대 생활관 출입구에 설치된 입간판.


 


전 장병 언어개선참군인상을 확립 한글사랑으로올바른 시민의식 확산

 

사단은 지난 9월부터 해군3함대사령부, 공군5공중기동비행단과 함께 국방부에서 공모한 언어개선선도부대로 선정돼 실천에 들어갔다. 전 장병의 언어 습관의 변화를 도모하고 군인다운 언어사용으로 참군인상을 확립하는 한편 한글사랑, 올바른 시민의식의 확산을 위해서였다. 이후 사단은 지난달 5일 전 부대원이 참가한 가운데 열린 언어개선 선도부대 발대식 행사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언어개선 활동에 들어갔다.

우선 한글전문가인 국립국어원의 찾아가는 국어문화학교 강사를 초빙, 특강을 가졌다. 특강은 연대 단위로 부대 여건을 고려해 진행되고 있다. 언어개선을 위한 UCC도 제작 중이다. 한글사랑 골든벨과 표어·포스터 대회도 가졌다.

자대배치를 받은 행동이 굼뜬 신병, 이른바 ‘고문관’이 군 복무생활 중 계속된 욕설과 비속어 등을 이기지 못하고 끝내 자살한다는 내용의 단막극도 만들어 경각심을 주기도 했다. 아울러 언어개선을 위한 홍보멘트를 만들어 매일 방송하고 있다. 이 멘트는 기상과 점호·점심시간에 계속 방송되며 이때 ‘올바른 병영언어, 우리가 앞장선다’는 등의 구호도 함께 복창하고 있다. 구호는 훈련간 이동할 때도 적용된다. 아침에 눈 뜨면서부터 밤에 취침하기까지 언어개선에 대한 집중 교육이 이뤄지는 셈이다.

북진부대 언어친절맨 장세진(22) 병장의 경우 장병들 사이에 잘못된 용어가 사용되면 그것들을 취합, 매일 정리해 보고한다고 전했다. 언어친절맨은 손님을 가장해 매장을 방문하고 매장 서비스를 평가하는 일종의 ‘미스터리 쇼퍼’. 현재는 용어 취합 정도이지만 앞으로는 우수자 추천, 욕설맨 경고, 욕먹은 사람 격려 등 활동범위를 점차 넓혀갈 예정이다.

시행한 지 한 달여가 조금 지났지만, 병영 내에서의 개선 언어 사용은 일단 안착에 성공했다는 것이 장병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과연 될 수 있을까 하며 처음에 가졌던 의구심은 사라진 상태. 중대가 다르면 불리던 ‘아저씨’라는 호칭은 ‘전우님’, ‘OO전우’로 확고히 자리 잡았다. 편한 보직이라는 의미의 ‘땡보’, 엽기사진을 줄인 ‘엽사’ 등 비속어·축약된 말·욕설 등의 사용은 정말 많이 사라졌다는 것이 정비대대 박정환(22) 상병의 말이다.

간부들도 마찬가지다. 병사들에게 “OO해”라는 무조건적 지시형의 말투는 “OO 하니까 OO해”라는 이유와 설명이 담긴 청유형으로 바뀌었다.

사단 인사참모 김태운(육사49기) 중령은 “무엇보다 사단의 분위기가 예전에 비해 한층 더 밝아진 것이 언어개선 운동의 가장 큰 효과”라고 밝혔다. 될수록 고운말 좋은말을 사용하다 보니 장병들의 사이도 더욱 정겹고 친숙해졌다는 것은 모두가 느끼고 있는 분명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또한 여기에는 사단에서 꾸준히 실시해 온 ‘감사나눔운동’과 ‘동급자생활관’ 제도도 크게 도움이 됐다.

언어개선 선도부대로서의 사단의 노력은 앞으로도 계속 진행된다. 국방부는 9월부터 11월까지 3개월간 그동안 사단을 비롯해 육ㆍ해ㆍ공군 해당 부대의 적용 결과를 취합, 보완해 전군으로의 확대 실시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