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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뉴스

멸종위기 저수지 민물조개 열어보니…충격

지난달 12일 전남 순천에서 77세 노인이 돌연 숨졌다. 보건당국이 역학조사를 벌인 결과 노인에게선 비브리오패혈증 균이 검출됐다. 이 노인은 4월 말과 5월 초 시장에서 사온 해산물과 어패류를 요리해 먹었다. 보건당국은 조리 과정에서 비브리오패혈증 균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5월에 비브리오패혈증 사망자가 발생한 것은 2002년 이후 10년 만이다. 비브리오패혈증은 발생 시기가 6~11월이지만 사실상 8~9월에 집중적으로 생기는 대표적인 한여름 감염병이다. 첫 환자나 사망자가 대개 6월이나 7월에 발생하는데 올해는 한 달 이상 앞당겨진 것이다.

 

중부 지방을 중심으로 오랜 가뭄이 계속되는 데다 최근 폭염까지 더해지면서 여름철 감염병이 일찍 찾아오고 어패류가 집단 폐사하는 등 생태계 곳곳에서 혼란이 발생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 권준욱 감염병관리센터장은 “계속되는 지구온난화에다 올해는 특히 가뭄이 계속되고 더위가 빨리 시작되면서 바닷물 온도가 올라가 비브리오패혈증, 장염비브리오 같은 수인성 감염병 균이 증식하기 좋은 여건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알코올중독자나 만성 간 질환 환자, 고혈압·당뇨병이 있는 사람은 해산물을 충분히 익혀 먹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질병을 옮기는 모기도 예년보다 빨리 등장했다. 말라리아 매개 곤충인 중국얼룩날개 모기는 지난달 중순 처음 발견됐는데 이는 지난해보다 3주 빠르다. 또 질병관리본부 조사에 따르면 6월 셋째 주(11~17일)에 전국 27곳에서 채집한 중국얼룩날개 모기가 평년(2007~2011년)보다 75% 많았다. 보건당국은 말라리아의 경우 모기에 물린 지 최소한 2주간 잠복했다가 발병하기 때문에 올해 환자가 크게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인천과 동두천·파주 등 경기북부에 올 들어 첫 폭염주의보가 발령된 25일 오전 충남 논산시의 탑정호. 저수면적 5.56㎢로 충남에서 두 번째로 큰 저수지이지만 저수율이 19%로 떨어진 데다 뜨거운 햇살 탓에 바닥은 거북등처럼 쩍쩍 갈라져 있었다. 그 틈에선 풀까지 자랐다.
 

먼지가 풀풀 날리는 저수지 바닥 한쪽에는 어른 손바닥만 한 대형 민물조개가 쌓여 있었다.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1급 야생동물인 귀이빨대칭이들이었다. 조개를 열어보니 대부분 속이 비었고 그나마 남아있는 조갯살은 말라붙어 있었다. 논산시 유정근 환경지도계장은 “수위가 낮아지면서 물 밖에 드러난 귀이빨대칭이가 폐사하지 않도록 물속으로 다시 넣어주는 작업을 16일부터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충남 태안군 원북면 마산리의 반계저수지에서는 최근 물고기 20여 마리가 죽었다. 수위가 낮아지면서 수온이 상승하고, 산소농도가 줄어 더 이상 견디지 못했기 때문이다. 순천향대 방인철(해양생명공학과) 교수는 “4~6월이 민물고기 산란철인데 하천·계곡물이 마르고 수질이 악화되면 물고기 숫자가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5~7월에 알을 낳은 무당개구리나 6월 중순부터 한창 번식에 들어가는 금개구리(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종 2급)도 당장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금개구리가 서식하던 경기도 파주시 임진강 너머 민통선 지역에서는 ‘둠벙’이 말라붙으면서 금개구리가 자취를 감췄다. 생태연구가인 전선희(49)씨는 “지난주 답사 때 금개구리를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른 더위로 평소보다 활동이 활발해진 말벌도 걱정거리다. 충남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이달 들어 24일까지 말벌집 제거를 위해 출동한 횟수가 155건이나 된다. 지난해 같은 기간 29건의 다섯 배가 넘는다.

기상청은 장마전선이 활성화돼 29일 제주도를 시작으로 30일에는 서울·경기·충청 등 중부지방에도 장맛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했다. 하지만 이 비로 완전 해갈이 될지는 미지수다.

사)환경보호국민운동본부 포천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