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36사단 보급수송근무대 장병들이 카페형 병영식당에서 식사하고 있다.
육군36사단 보급수송근무대 장병들이 카페형 병영식당에서 식사한 후 잡지를 보고 있는 모습. |
육군36사단 보급수송근무대 장병들이 다목적실에서 독서를 하며 장기를 두고 있다. 부대 제공 |
마치 경양식 레스토랑 같다. 고속도로에 있는 고급 휴게소 느낌도 난다. 가운데 라운드 테이블에선 몇몇 병사가 즐겁게 식사를 한다. 창가에 붙은 탁자에선 홀로 식사를 즐기는 병사도 있다. 한쪽에선 일회용 커피와 음료수를 마시며 잡지를 읽는다. 배식 조리병과 장병들의 군복만 아니라면 일반 사회 카페로 착각하기 십상이다. 하지만 엄연한 병영식당이다. 즐거운 식사가 밝은 병영으로 이어지는 드문 장소다. 놀랍게 변하고 있는 병영식당의 현장, 육군36사단 보급수송근무대가 자랑하는 카페형의 ‘Happy 36 맛집’이다.
● 다양한 테이블 모양과 배치
환경이 밥맛을 만든다. 진미성찬도 불편한 장소에서는 그 맛을 잃어버린다. 마음이 편할 때는 김치만으로도 ‘왕후의 밥상’이 된다. 이런 측면에서 육군36사단 보급수송대 장병들의 ‘삼시세끼’는 타 부대의 그것과 다르다. 재료는 같아도 전혀 다른 환경이 별미를 만들어 낸다. 그 환경이란 것이 특별한 것이 아니다. 좀 더 편안한 분위기의 식사를 고려한 조그만 배려다.
‘‘Happy 36 맛집’의 테이블은 형태와 색상이 자유롭다. 원목의 거친 질감이 살아 있는 라운드형 테이블과 기존 4각의 테이블이 조화를 이룬다. 테이블 배치도 독특하다. 군에서는 보기 힘든 벽 부착형 테이블이 양 창가에 설치됐다. ‘조용한 식사’를 선호하는 장병들을 위한 배려다. 물론 식당의 기본인 청결과 위생도 철저하다. 자외선 컵소독기를 비치하고 ‘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HACCP)’ 방식을 적용해 항상 건강한 음식을 제공한다.
하지만 형식보다 중요한 것은 내용. 부대가 적극 도입한 자율형 식사시간이다. 이 때문에 부대 장병들은 건제단위 식사로 인한 부담감을 느끼지 않는다. 통제하는 것은 단지 식사 시작과 종료 시간뿐이다. 이 시간 동안 장병들은 자신이 원하는 시간대에 식당을 찾는다. 테이블도 스스로 결정한다. 당연히 선임병의 식사 시간에 맞춰 밥을 먹는 부담감이 없다. 박정모 일병은 “이등병 때는 선임이 밥 먹는 속도에 맞춰 식사를 해야 하는 부담감으로 밥맛을 모르고 먹었는데 요즘은 정말 편하게 밥을 먹는다”고 말했다.
● 병영식당이 병영 소통의 진원지로 발전
‘‘Happy 36 맛집’이 가져온 변화는 생각보다 크다. 단순한 식사문화를 넘어서 진정한 휴식과 소통의 장이 되고 있다. 병영 혁신의 작은 파장을 일으키며 밝은 병영의 진원지가 되고 있다. 입구에는 ‘아미토크(ARMY TALK)’란 게시판을 부착해 장병 소통의 창구로 활용한다. 평소 하기 힘든 얘기나 제안을 쓰며 서로 간 이해지수를 높인다.
식당 한곳에 마련된 개방형 냉장고는 소통 문화를 확산시키는 작은 아이디어다. 부대는 장병들에게 더욱 신선한 우유와 음료수를 제공하기 위해 민간에서 사용하는 개방형 냉장고를 구매해 설치했다. 냉장고에는 보급 우유와 음료수 등이 비치돼 원하는 장병이라면 누구나 부담없이 이용할 수 있다.
입구 앞에 놓인 정수기와 일회용 커피도 소통 확산을 촉진하는 작은 요소다. 장병들은 대화와 휴식이 필요하면 ‘Happy 36 맛집’을 찾는다. 커피를 나누며 소통의 스위치를 켠다. 이종민 병장은 “예전에는 병영식당에서 밥만 먹고 바로 생활관으로 복귀했는데 요즘은 식사 후 이곳에서 휴식을 취하고 에너지를 재충전하는 시간을 갖는다”고 밝혔다.
조기양(소령) 보급대장은 “보급수송근무대는 어찌 보면 군내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부대이기 때문에 장병들의 서비스 마인드가 대단히 중요하다”며 “편안한 식사문화는 이러한 장병의 서비스 마인드를 향상시키는 작은 매개가 되는 한편 병영문화 혁신의 장으로 부대 전투력을 유지하는 근원지 역할도 한다”고 강조했다.
보급수송근무대 병사가 식사 후 개방형 냉장고에 비치된 우유를 꺼내고 있다. |
또 다른 병영 혁신 충전소 ‘보수 스파’와 ‘다목적실’
36사단 보수근무대에는 또 다른 소통의 명소가 있다. 부대는 과거 형식적으로 운영되던 목욕탕을 일체 정비한 후 ‘보수 스파’란 간판을 달고 장병 애용장소로 탈바꿈시켰다. 목욕탕에는 수건과 체중계, 보디로션 등 소모품을 비치해 장병들 만족도를 크게 높였다. 매주 1~2회 온탕을 운영해 피로해소에도 적지 않은 도움을 주고 있다.
‘‘다목적실’은 자기계발 욕구를 충족시키는 확실한 장소다. 대대적 개선으로 대학 도서관과 같은 분위기를 연출해 자기계발을 원하는 장병들을 빨아들이고 있다. 도서 대여는 물론 학습을 위한 공간으로 장병들의 학습 열기를 확산시키는 역할을 수행 중이다. 장병들은 이 공간에서 군 복무기간을 ‘잃어버린 시간’이 아닌 ‘발전의 계기’로 삼기 위해 연등을 밝히며 꿈을 키우고 있다. 부대 관계자는 “다목적실을 개선한 후 일과 후 야간 연등자가 기존 20% 미만에서 78%까지 늘어났다”며 “올해 전반기 국가기술자격시험에도 8명이 응시해 전원 합격하는 성과를 거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