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 미숙 후임병 위해 결심
전역한 예비역 병사가 2주만에 다시 전투복을 입고 소속 부대의 군(軍) 훈련에 자발적으로 참여한 사연이 뒤늦게 알려져 눈길을 끌었다. 특히 전역을 연기하고 훈련에 참여하는 경우는 종종 있어도 전역한 후 한참 뒤에 소속부대를 다시 찾아 훈련을 함께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는게 군의 설명이다.
'진정한 전우애(愛)'를 보여준 주인공은 육군 31사단 횃불부대 장흥군 유치ㆍ부산면 예비군중대 문영건(23) 예비역 병장. 문 병장은 지난 4월 15일부로 21개월간의 군복무를 마치고 민간인 신분이 됐다. 그러나 전역신고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그렇게 마음 편하지만은 않았다. 지난 4월 29일 화랑훈련의 일환으로 시행하는 대규모 향방작계훈련을 앞두고 전역하는 것이 마음에 걸렸기 때문.
더구나 후임 4명 중 가장 선임이 일병 4호봉으로 경험이 많이 부족한데다 향방작계훈련을 처음하는 훈련이라 장난끼 많은 예비군을 통제해 가며 훈련을 진행하는 것이 여간 힘들 것이라고 그는 걱정했다. 그래서 그는 향방작계훈련이 펼쳐지던 날 전투복을 다시 꺼내 입고는 예비군중대로 다시 '출근'했다. 이후 문 병장은 향방작계 훈련이 끝나는 야간까지 인도인접에서부터 목진지 전투준비, 상황조치 요령 등 훈련현장에서의 '알토란' 같은 노하우를 후임병들에게 아낌없이 전수해 줬다.
문 병장의 이 같은 작은 도움 때문이었을까. 훈련에 참가한 예비군들도 같은 예비역인 문 병장의 헌신적인 행동에 감동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후임병은 "전역하면서 문 병장이 '훈련 날 올 수 있으면 와서 도와주겠다'는 말을 했는데, 정말로 그 약속을 지킬 줄은 몰랐다"고 고마워했다.
문 병장은 "군 생활 간 나쁜 기억이 없을 만큼 항상 고맙고 즐겁고 보람 됐었기 때문에 이렇게나마 조금이라도 도울 수 있어 기쁘게 생각한다"며 "누군가가 훈련한다고 또 부르면 군대에 다시 갈 거냐고 물어보던데, 이 자리를 빌려 '부르면 다시 간다'고 약속한다"고 밝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