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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 깔깔이·침낭 등 '사제품' 보급한다

 

 

[당신이 모르는 군생활에 대한 모든 것]
지난해 12월부터 19개 품목 6000여점에 대한 야전시험 진행
비니, 소총 수직손잡이 등 군용품도 민간제품으로 대체가능
국방부도 드로즈 팬티, 세면바구니 등 민간제품 시범사용
[이데일리 최선 기자] “숙영 훈련 중 전입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신병이 병장인 저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최 병장님 너무 춥습니다.’ 처음에는 군기가 빠졌다고 나무라려다 찬찬히 보니 신병의 침낭 끝 봉제선이 대부분 뜯어져 있었습니다. 멀쩡한 침낭을 수소문해 바꿔줬죠. 군용품 보급 상태는 정말 열악합니다.” (2013년 6월 제대자 최모(26)씨)

“훈련에 나서기 전 부하들에게 침낭, 방한장갑 등 군용 방한장구를 보급해줍니다. 그런데 그걸 그대로 챙겨서 외부 훈련지로 나가는 경우가 거의 없어요. 군인들도 사비를 털어서 산 민간제품을 더 선호합니다. 군인이 만족 못하는 군수품은 분명히 문제가 있습니다.” (육군 모 야전 지휘관)

 

장병들이 민간제품을 일컫는 일명 ‘사제’보다 디자인과 질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군용품. 앞으로 민간제품과 군수품의 경계선이 모호해질 전망이다. 군 당국이 민간제품을 군수품으로 대체하는 방법을 추진 중이기 때문이다.

군수품은 일반적으로 ‘필요성(소요) 제기-연구개발-구매-야전시험평가’ 등의 과정을 거쳐 장병들에게 보급된다. 과정마다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가 다르고 절차에 따르다 보니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연구개발이나 시험평가에 들어가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군수품은 사용자인 장병들의 요구를 충분히 만족시키지 못한다는 고질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소비자의 장병들의 ‘니즈’를 어떻게 충족할 지 고민해온 육군본부 군수참모부는 지난해 11월부터 호국훈련 등 대부대 훈련현장과 야전부대를 직접 찾아 개선이 필요한 물자와 장비를 확인해 왔다. 또 중소기업박람회나 각종 전시장, 대형유통센터, 전통시장을 다니며 군수품을 대체할 수 있는 민간제품을 발굴하는 작업도 병행했다.

[병영통신]軍, 깔깔이·침낭 등 `사제품` 보급한다
민간 제품으로 대체 예정인 군용 물자와 장비. [사진=육군]

이같은 노력을 기반으로 육군은 지난해 12월부터 민간에서 생산한 방한상의내피(일명 ‘깔깔이’), 메트리스, 침낭, 일반장갑, 방한장갑, 베개 등 19개 품목 6000여점을 일반전초(GOP) 부대와 육군훈련소 등 전·후방 부대에 보급해 야전시험을 하고 있다.

지난 3월 야전시험을 끝낸 비니(털모자), 소총 수직손잡이 등 7개 품목 중 비용절감과 전투력 향상 효과가 입증된 제품은 올해 하반기 내 정식으로 보급된다.

이처럼 군수품 개선을 위해 육군은 대령 1명을 팀장으로 중·소령 5명을 포함한 야전진단팀을 편성해 야전부대에서 필요로 하는 제품을 파악중이다.

육군 관계자는 “모든 구성원들이 인트라넷을 통해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민간 제품의 필요성을 제기할 수 있도록 조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국방부는 ‘우수상용품 시범사용 지시’를 지난 3월초에 제정해 올해 10억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지난달 1차 심의에서 장병들에게 인기가 좋은 드로즈형 팬티, 세면바구니 등 소위 ‘사제품’ 44개 품목에 예산이 배정됐다. 통일성을 이유로 사제품 사용을 제한해온 군 문화가 변화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구매해서 쓰고 싶은 민간제품을 묻는 설문조사에서 비니, 세면바구니 등을 선택한 병사들이 많았다”며 “병사들이 사용하는 세면용품이 다양해진 데다 기존에 보급되던 세면백은 잘 마르지 않아 장병들이 선호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돼 민간에서 생산한 세면바구니 사용을 검토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육군 관계자는 “값싸고 질 좋은 민간제품을 장병들에게 보급하면 전투력을 높이고 만족도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앞으로도 민간제품으로 군수품을 대체하는 작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