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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보다 아들 남편같은 아들, 멋진 대한건아로...母子, 군에서 봄을 만나다-육군15사단 포병연대 26대대 정홍선 일병

 

육군15사단 포병연대 정홍선 일병의 가족이 거수 경례를 하며 활짝 웃고 있다. 왼쪽부터 친할머니 김정자 씨, 어머니 김성희 씨, 여동생 정예은 양, 정 일병.

 


 

 

 

 

6년 전 남편이 병마와 싸우다 하늘나라로 떠났다. 당시 까까머리 중학생이었던 아들은 어느덧 늠름한 군인이 됐다. 어머니는 그런 아들을 볼 때마다 대견스러웠지만 마음 한구석이 늘 시렸다. 아빠의 빈자리를 채워주지 못한 미안함 때문이었다.

육군15사단 포병연대 26대대 정홍선(22) 일병을 만나기 위해 어머니 김성희(44) 씨와 친할머니 김정자(74) 씨, 늦둥이 여동생 정예은(9) 양이 최근 부대를 찾았다. 부대 정문에서 걸어오는 가족들 모습을 본 정 일병은 반가움이 컸던지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기 시작했다.

 

정홍선(오른쪽) 일병이 어머니 김성희 씨와 함께 부대 포상 진지에서 훈련을 준비하기에 앞서 어머니의 방탄모를 고쳐주고 있다.


 

 

 

 

온 가족이 강원도 화천 부대로 출동!

봄볕 가득한 날, 강원도 화천 부대 주변에는 반가운 이를 환영이라도 하듯 꽃들이 만개했다. 아들을 만나기 위해 광주광역시에서 부대까지 5시간 넘게 달려 온 어머니는 밝은 웃음으로 아들과 인사를 나눴다. 할머니도 군대에 있는 손자를 만나기 위해 편찮은 몸을 이끌고 먼길 나서기를 마다하지 않았다.

 “우리 강아지~ 잘 지냈어?”

할머니는 손자의 얼굴이 닳도록 쓰다듬고 또 쓰다듬었다. 그러고는 가방에서 손자 먹을 것부터 챙겼다. 가족들이 처음 들른 곳은 생활관. 어머니는 아들이 생활하는 곳을 꼼꼼히 살피며 병사들과 일일이 인사를 나눴다.

“홍선이 엄마예요. 우리 홍선이 잘 부탁해요. 격려해주고 많이 가르쳐 주세요!”

얼핏 누나처럼 보일 정도로 젊은 어머니 모습에 부대 장병들은 놀라는 눈치다. 김씨는 “일찍 결혼해서 홍선이를 빨리 낳았다”며 “누나가 아니라서 실망한 건 아니죠?”라며 농담을 건넸다. 정 일병과 13살 차이가 나는 동생 예은 양은 “군인 아저씨들이 씩씩하고 멋지다”며 “오빠가 군인아저씨인 게 자랑스럽다”고 천진난만하게 웃었다.

 

 

부대 병영식당에서 맛있게 짜장면을 먹고 있는 어머니 김성희(오른쪽)씨와 아들 정홍선 일병.


 

 

 

 

짜장면은 군에서 먹어야 ‘제맛’

점심시간이 되자 온 가족이 모처럼 한자리에 모였다. 이날 메뉴는 짜장면. 짜장면 특유의 구수한 양념 냄새가 부대 전체에 퍼졌다. 야채튀김과 삶은 달걀이 곁들여져 보는 이를 군침 돌게 만들었다.

김씨가 먼저 짜장면을 한입 맛봤다.

“면발이 굵어 수타 짜장면 같아요. 군대에서 먹는 짜장면이라 더 맛있어요. 반찬도 생각했던 것보다 괜찮게 나오네요.”

예은 양도 군인 오빠들 사이에 끼어서 ‘후르륵 후르륵’ 소리 내며 짜장면 한 그릇을 다 비웠다. 이후 어머니가 전투복으로 갈아입고 2번 포수 직책을 맡고 있는 아들과 함께 포상 진지에서 훈련준비를 체험했다.

김씨는 “아들이 이렇게 큰 포를 다루며 매일 임무수행을 하는 줄은 몰랐다”며 “나라를 지킨다는 책임감이 막중해 보인다”고 말했다.

모자(母子)는 이후 소초로 자리를 옮겨 경계근무를 서며, 그동안 하지 못했던 마음속 깊은 얘기들을 나눴다.



아버지의 빈자리 그리고 방황의 시간들

정 일병의 아버지는 정 일병과 현재 고3인 남동생, 예은이를 남겨두고 2009년 뇌종양으로 세상을 떠났다. 당시 사춘기에 접어든 정 일병은 아버지의 빈자리를 게임으로 메우기 시작했다. 고등학교에 진학했지만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자퇴했다. 그리고 거의 집안에만 머물며 이른바 ‘은둔형 외톨이’가 돼갔다.

그때를 떠올린 김씨는 “생각해보니 홍선이가 장남이고 어린 동생들도 있어서 책임감은 느끼는데 할 수 있는 건 없으니 게임에 빠진 것 같다”고 말했다.

그후 정 일병은 또래 친구들이 수능시험을 준비한다는 소식에 마음을 다잡고 열아홉 살 때 고졸 검정고시에 합격했다. 그리고 같은 해 수시로 대학에 합격했다. 전공은 간호학이며 현재 2학년 1학기 휴학 중이다.

“아버지의 아픈 모습만 늘 봐왔어요.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아버지를 여자 간호사들이 힘겹게 옮기는 모습을 보고 간호사가 돼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지난해 7월 입대한 정 일병은 전공을 살리고 싶어 의무병을 지원했다. 하지만 2학년 1학기를 마치지 않았기 때문에 육군훈련소 입영심사에서 다른 지원자보다 점수가 부족해 의무병이 되지 못했다.

“의무병이 되고 싶었는데 포병으로 근무하게 돼서 처음엔 적응하기가 힘들었습니다. 다행히 적극적이고 성실한 동기 신동현 일병과 많은 얘기를 나누며, 점차 군 생활에 익숙해졌습니다.”

혹한기 훈련이 가장 힘들었다는 정 일병은 “춥고 힘든 훈련이었지만 전우와 함께 고생한 추억이 생겼다”며 “군대에 억지로 왔다고 생각하지 않고 잘 배워서 21개월 동안 달라진 모습을 가족들에게 꼭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3포대장 김상지 대위는 “정 일병이 처음 부대에 전입했을 때보다 많이 밝아졌고 군 생활에도 적극적”이라며 “궂은 일에도 앞장서며 전우들과 사이도 좋다”고 말했다.



책 읽기 삼매경으로 자기계발 열중

요즘 책 읽기에 흠뻑 빠진 정 일병은 “게임에 중독되기 전까지는 역사책 읽기를 정말 좋아했다. 군 입대 후 진중문고를 섭렵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역사부터 소설, 경제까지 분야를 가리지 않고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매달 5권 이상 책을 읽고 있다. 입대 후 현재까지 60권이 넘는 책을 읽었고, 역사에 관심이 많아 한국사능력검정시험 1급 취득을 목표로 공부하고 있다.

“군대 생활이라는 정해진 시간에 무엇을 얻어갈까 고민했어요. 거창하게 무엇을 한다기보다 예전에 책 읽기를 좋아했으니 진중문고부터 읽기 시작했습니다. 책을 읽으며 미래의 목표도 세우고, 많은 지식을 쌓아 사회에 나갈 준비를 할 생각이에요. 더불어 무엇이든지 최선을 다하며 군 생활도 적극적인 자세로 임하겠습니다.”

 

 

[아들에게 사랑의 편지]

 


 

 

사랑하는 우리 아들에게


잘 지내고 있지? 너를 강원도 최전방, 국가의 품으로 보낸 지도 어느덧 9개월이 지났구나.

네가 내 옆에 있을 때 엄마는 든든한 아들이 옆에 있음을 알지 못했다. 군에 보내 놓고서야 아들이 아빠의 빈자리를 메워 주고 있었음을 알게 됐어. 하지만 엄마는 네 두 동생을 돌보느라 마냥 손 놓고 너를 그리워하고 있을 수만은 없었단다. 그리고 너를 만나러 논산으로, 강원도로 갈 때마다 점점 강한 남자가 돼가는 우리 아들을 바라보며 힘을 냈지.

대한민국의 건아! 군에서 익힌 필승 정신이 갇혀 있던 너를 이끌어내 준 것이라고 엄마는 믿어 의심치 않는다. 네가 입대할 즈음 군이 내부의 여러 문제로 뒤숭숭해서 많이들 걱정했지만 엄마는 믿고있었다. 네가 분명히 큰 그릇이 되어 돌아올 거라고.

홍선아, 엄마는 참 고맙다. 건강하고 멋지게 자라 줘서. 엄마는 매일 두 손 모아 기도한단다. 오늘도 군에서 땀 흘리고 있는 모든 아들들이 건강하게 지내게 해달라고.

군 생활이 아이를 낳는 고통에 비할 만큼 힘든 과정이라는 것을 안다. 그러나 이 악물고 견뎌내면 멋지게 변화된 모습으로 사회에 돌아오게 될 거야. 남은 군 생활도 전우들과 아낌없이 우정을 나누길 바란다.

사랑한다. 우리 아들 홍선아!

 

 

 

[어머니에게 감사의 편지]

 

어머니, 잘 지내고 계십니까?

무더운 여름에 입대해 낙엽 지는 가을과 눈바람 치는 겨울을 지나 꽃피는 봄이 다가왔습니다. 돌아보면 입대일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세월이 그만큼 흘렀네요. 매일 걱정하실 어머니께 제대로 연락도 드리지 못해 죄송스럽고 가족 생각이 많이 납니다.

처음엔 군의 모든 것이 생소하고 어려워 힘이 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좋은 동기, 선임들과 같이 어려운 일은 속 시원히 털어놓고, 서로 돕고, 같이 땀 흘리며 바쁘게 생활하다 보니 지금은 오히려 즐거울 때가 더 많습니다.

어머니 예전의 제 모습 기억하시죠? 그때 저는 “장손이니까, 장남이니까 네가 잘 돼야 집안의 기둥이 서지 않겠느냐?”라는 주위 어른들의 말로부터 도피하고 싶었습니다. 그냥 그대로 어리광만 부리며 살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네요. 돌이켜보면 없는 살림에도 부족함 없이 저를 키워주신 어머니께 걱정만 끼쳤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지금 더욱 어머니께 잘하고 싶고, 동생들도 더 잘 챙겨주고 싶어요. 지금 당장은 마음만큼 잘 안 되고 힘들 수도 있지만, 제가 멋진 아들이 돼 집으로 돌아갔을 때 군에서 배운 것을 바탕으로 노력하면 다 잘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어머니, 남은 군 생활 동안 더 많은 것을 느끼고 깨달아서 돌아갈게요. 그동안 건강히 지내셨으면 좋겠습니다. 정말 존경하고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