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육필이었다. 한 통도 아닌 무려 16통. 각 편지에는 감사의 마음이 듬뿍 담겨 있었다.
독서가 얼마나 행복하고 의미있는 일인지, 군 생활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에 대한 개개인들의
생각들이 꾸임없이 적혀 있었다. 무엇보다 책을 통해 군 복무는 물론 사회와 인생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됐다는 고마움이 그대로 묻어 있었다.
부대원들이 육사 도서관장에게 전달한 감사 편지.
도서·DVD 등 250여 권 기증 육사 학술정보원 도서관장에 손 편지로 감사의 마음 전해 “같은 책 읽었다는 사실만으로 공감대 형성됐다니 더 기뻐”
육군3사단 ‘38선 최선봉 돌파연대’ 병사들이 육사 학술정보원 도서관으로부터 기증받은 책을 펼쳐보이며 웃고 있다. 부대제공 |
● 육사와 최전방 부대의 ‘아름다운 인연’
온정이 식어가는 시대, 최근 육군사관학교가 최전방 GP로부터 받은 감사 편지들이 한파 속 작은 울림으로 퍼지고 있다.
편지의 주인공들은 육군3사단 ‘38선 최선봉 돌파연대’ 병사들.
이들은 최근 부대 이경호(대위) 정훈과장을 통해 육사 학술정보원 이혜성 도서관장에게 고마움을 가득 담은 편지를 전했다. 지난해 여름 육사 학술정보원 도서관이 최전방 부대에 기증한 250여 권의 도서 및 DVD에 대한 감사의 마음이었다.
이 도서관장은 “도서를 기증한 후 해당 부대장으로부터 감사 공문을 받은 기억이 있지만 이렇게 병사들이 직접 손으로 쓴 편지를 받을 것이란 생각은 전혀 못했다”며 “깨알같이 써 내려간 편지를 읽으며 30년 가까운 군 도서관 생활 중 가장 큰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육사와 부대의 아름다운 인연은 지난해 7월 시작됐다.
부대는 병사들의 책 읽기를 권장했지만 현실이 문제였다. 여건상 병사들이 읽을 도서 확보가 여의치 않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육사 출신 간부가 생도시절 기억을 떠올리며 제안한 도서 기증 요청 제안이 돌파구가 됐다.
이에 정훈과장이 직접 육사 학술정보원 도서관을 방문해 기증을 부탁했다. 걱정도 많았다. 하지만 기우에 불과했다. 학술정보원 도서관은 정성을 다해 ‘이 특별한 방문객’을 환영했다.
학교가 기증받은 도서 중 미등록 중복도서와 DVD 등 250여 권을 선별해 기꺼이 전해줬다. 군사 및 최신도서, 시집, 에세이 등 병사들의 정서와 지식 함양에 도움이 되는 분야별 도서를 망라해 기증했다.
● 기증 도서 매개로 GP 부대원들 공감대 형성
이렇게 받은 도서는 부대 GP의 보고(寶庫)가 됐다. 책들은 GP생활관 내 훌륭한 진중문고가 됐다. 병사들은 임무수행 후 여가시간에 ‘지식의 대양’을 헤엄치게 됐다.
부대 관계자는 “병사들이 책을 받고 정말 좋아했다”며 “어떤 책은 읽고 또 읽어 너덜너덜해진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당연히 부대 분위기도 좋아졌다. 책 읽는 문화가 형성되며 복무 태도가 변하게 됐다. 무엇보다 책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부대원들간 공감대가 형성되며 부대가 더욱 단결됐다.
육사와 GP부대와의 인연의 끈은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육사 학술정보원 도서관은 지난해에 이어 올 하반기 개최 예정인 ‘독서 나눔의 장’ 행사를 또 한번의 주요한 최전방 부대 도서 기증의 마중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육사 이혜성 도서관장은 “지난해 행사 당시 28개 출판사 4400여 권을 전시하고 이를 생도들에게 기증했는데 올해는 전시 도서를 생도뿐만 아니라 최전방 부대에도 전해줄 계획”이라며 “병사들이 전해준 감사 편지에 적힌 ‘단지 같은 책을 읽었다는 것만으로도 부대원들과 공감대를 갖게 됐다’는 내용이 아직도 인상 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