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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순간이 기회다 육군5공병여단 이경동 일병

기사사진과 설명
이경동 일병 
육군5공병여단

이경동 일병
육군5공병여단


 

 

 

군에 입대하기 몇 주 전, 친구들과 술 한 잔을 기울이며 어디 멀리 떠나는 것처럼 한숨을 내쉬었다. 대한민국 군인이라면 누구나 해야 하는 신성한 의무이지만 새파랗게 젊은 내 청춘을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21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사회와 단절된 채 있어야만 한다고 생각하니 속이 타들어가는 것만 같았고 눈앞이 깜깜해졌다.

2013년 1월 29일, 나는 이런 마음으로 문학작품과 서평, 그리고 청춘에 대해 고민하던 문예창작

과 학생에서 군인의 신분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사회에서 하고 있던 습관과 평범한 일상을 모두 내려놓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야 군 생활을 할 수 있을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육군5공병여단 121대대 1중대 2소대에 배정된 나는 컴퓨터 앞에 앉아 자판을 토닥토닥거리거나 글을 써보겠다고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사색하던 생활과 전혀 거리가 먼 간편조립교, 장간조립교, 장애물지대 개척이라는 너무나 생소한 단어들과 훈련들을 경험하기 시작했다. 매일이 새로운 일상이었고 생소한 훈련과 작전을 수행하고 돌아오면 전투복이 흠뻑 젖어 있었다. 때로는 그 전투복이 나를 짓누르는 무게감을 감당하지 못해 어깨가 떨어지는 느낌을 받기도 했다.

‘아, 과연 내가 군 생활을 무사히 마칠 수 있을까? 집에 가려면 아직 한참이나 남았는데….’ 목을 죄오는 21개월이라는 시간의 장벽 앞에 스스로 주눅이 들어버리는 것을 차마 외면할 수 없던 현실이었다. 급격하게 밀려오는 육체의 고통과 체력 부진에 문예창작에 대한 나의 열망은 공병부대에 있어서 전혀 도움이 안 되는 듯했다. 아니, 쓸모가 없었다. 주변의 비아냥거림이 들리는 듯했고 나는 점점 자신감을 상실해 갔다. 훈련과 부대활동을 하면 할수록 부진함이 하나둘 생겨나고, ‘잘못함’이라는 수식어는 곧 내 이미지의 한 조각이 돼 버렸다. 일병을 달고 있는 지금, 상병 진급까지 몇 달 안 남은 상황에 내 명함에 박혀버린 어수룩함의 이미지는 쉽게 떨어지지 않을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고 하지 않던가. 어둑어둑한 분위기를 환기시킬 만한 방법의 실마리가 눈에 띄었다. 국방일보와 국방부 인트라넷, 그리고 기타 홍보 게시물을 활용한 창작의 열정을 불태워보는 것이었다. 이것은 공병부대에서 있게 될 21개월의 군 복무에 있어 커다란 전환점이었다. 나의 전공인 문예창작을 발휘할 수 있는, 곧 자기계발에 있어서 자신 있고 관심 있는 분야를 개척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군에는 병영문학상, 충성대문학상, 문무대문학상 등 문학이 군대 곳곳에 존재하고 있었고, 끊임없이 손을 내밀고 있었다. 따라서 나는 그 손을 잡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이런 생각을 갖게 되니 훈련과 작업에 다소 지쳤던 심신을 달랠 수도 있었고 더불어 자신감도 새록새록 생기게 됐다. 그리고 사회의 장벽이라고 생각했던 군 생활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됐다.

사회로부터 떨어진, 민간인이 아닌 군인의 신분으로 21개월이라는 시간을 짊어진다는 것은 막상 쉽지 않은 일이다. 때론 절망적이고 괴로울 것이며 입대하기 전 추억에 한숨과 울상을 지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마음이 바뀌면 생각이 바뀌고 생각이 바뀌면 행동이 바뀌고 행동이 바뀌면 습관이 바뀐다고 했다. 전역 날, 자대를 나서면서 후회하지 않을 법한 보람 있고 실속 있는 21개월의 복무를 꿈꾸며, 나는 오늘도 분주히 훈련과 작전활동, 그리고 자기계발에 힘쓴다.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는 안개 속에 갇힌 전우가 혹시나 있다면 온몸에 안개를 두르며 방황하지 않았으면 한다.

스스로 개척해 벗어나고자 하는, 마음가짐에 따라서 군 생활이 달라지는 것은 틀림없는 법칙이기 때문이다. 열심히 하고자 하는 의지 앞에 21개월의 군 복무는 누구나 극복할 수 있는 장벽일 수도 기회일 수도 있다는 것을 넌지시 적어본다. 우리 전우 모두가 지금 이 순간이 기회라는 것을 마음속에 다시 한번 더 되새기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