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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설희 하사 육군부사관학교 |
내가 처음 군인이라는 꿈을 가진 것은 초등학교 4학년 때였다. 어린 시절 군부대 근처에서 살다 보니 군인을 쉽게 볼 수 있었다. 그러던 중 한 여군이 아기를 가져 배가 나온 상태였음에도 전투복을 멋있게 다려 입고 당당하게 병사들을 지휘해 훈련하는 모습을 먼발치에서 보게 됐다. 그때부터 나는 여군이 되고 싶다는 꿈을 갖게 됐고, 이를 위해 대학도 부사관과를 선택했다.
그러나 그 ‘꿈’으로 가는 길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2년제인 부사관과를 가정형편 때문에 4년 만에 졸업했고, 4번의 좌절을 겪기도 했다. 그러나 어려서부터 준비해 왔던 꿈을 쉽게 포기하고 싶지 않았고, 전열을 정비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2010년 다시 한번 도전한 결과, 마침내 육군부사관에 선발돼 입영통지서를 받았다.
드디어 나의 꿈이 실현되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육군부사관학교에 입교해 꿈을 향한 행복한 항해를 하루하루 이어가던 중, ‘하사 조교’를 선발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하사 조교’란 말 그대로 하사 계급의 부사관이 조교·부교관 역할을 하는 것이다. 양성 및 초급반 과정 교육생들의 교육훈련 간 담임교관을 보좌해 교육을 실시하고, 병사 조교들을 통제함으로써 교육을 원활하게 진행하도록 하는 감초 역할을 담당한다. 이와 같은 하사 조교들은 양성 과정에서 우수한 자원들을 우선 선발해 임관 후, 부사관 후보생들과 초급반 하사 교육생들은 물론 육군사관학교 생도들 수탁교육 지원까지 나서며 실질적인 교육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평소 훈련부사관과 같은 교관에 대한 선망이 있었으므로 기회가 왔을 때 주저 없이 지원했다. 그 결과, 현재 육군부사관학교 분대전투 과목 하사 조교로서 1년에 양성과정 및 초급과정 18개 중대와 육군사관학교 생도 수탁교육까지 쉼 없이 교육장을 누비며 활발하게 교육을 지원하고 있다.
이처럼 막중한 임무를 수행하다 보니 어느덧 자신을 스스로 채찍질하는 것에 익숙해졌다. 조금이라도 더 훌륭한 조교가 되기 위해 끊임없는 개별 연구는 물론이고 틈날 때마다 해당 과목 교관님들을 찾아가 조언을 구한다. 그리고 모범적인 부사관의 모습으로 후배들 앞에 서기 위한 철저한 자기관리, 자체 피드백과 반성 등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특히, 양성과정 후보생들을 교육하며 교장을 함께 누비고 그들만의 고충이나 애로사항에 관해 조언을 구할 때 ‘선배’의 입장에서 함께 고민하고 있노라면, 내가 이 자리에 있는 것이 얼마나 큰 기쁨과 보람이 되는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나는 오늘도 후배들을 보며 힘을 낸다. 그리고 최선을 다해 교육에 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