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전 노병들이 기금 모으고 글로스터市도 지원하기로, 휴전 60年 맞는 2013년 완공
영국에 유럽 최초의 6·25 박물관이 들어설 전망이다.
6·25 참전부대인 영국 육군 글로스터연대 출신 기업인과 노병들이 '영국 6·25 박물관(Great Britain's Korean War Museum·가칭)' 건립 준비 위원회를 만들어 기금 모금에 나섰다. 글로스터시도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폴 제임스(James·38) 글로스터 시장은 21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최근 역사·문화 관광지역으로 재정비하고 있는 구도심에 6·25 박물관 부지를 확보할 수 있도록 시청과 준비위가 긴밀하게 협의 중"이라면서 "박물관이 완성되면 글로스터 성당 등 기존 유명 관광지와 묶어 적극적으로 홍보할 계획"이라고 했다.
◇누가 왜 6·25 박물관 짓나
영국은 6·25 당시 미국 다음으로 많은 병력(6만3000명)을 보냈다. 글로스터연대는 영국군의 주력 부대 중 하나다. 중공군의 총공세에 맞서 서울을 지킨 임진강 전투(1951년 4월) 때 이 연대 장병 620명이 죽거나 포로가 됐다.
살아남은 노병들은 2010년 전쟁 발발 60주년을 맞아 한국정부 초청으로 서울에 왔고, 꿈같은 경제 기적에 눈시울을 붉혔다. 노병들의 감동을 전해 들은 글로스터 출신 기업인 크리스 라일랜드(Ryland)씨가 유럽 최초의 6·25 박물관을 짓기 위해 뜻 맞는 사람들을 모아 지난 8월 준비위를 발족했다.
"6·25는 유엔이 군사적으로 개입한 첫 전쟁입니다. 2차 대전 이후 영국이 치른 최대의 전쟁이고요. 포클랜드전쟁·이라크전쟁·아프가니스탄전쟁을 합친 것보다 6·25 전사자(1109명)가 더 많습니다. 오늘날의 한국을 보세요. 20세기 최고의 성공 스토리입니다. 잊혀져서는 안 되는 전쟁이 잊혀진 거죠."
◇어떻게 진행될까
준비위는 글로스터시와 접촉해 "최대한 돕겠다"는 약속을 끌어냈다. 글로스터시는 영국 남서부의 유서 깊은 도시. 때마침 오래된 부두가 있는 구도심을 역사·문화 관광지역으로 재개발하고 있다. 영화 '해리포터' 시리즈의 무대이자, 연간 36만명이 찾아오는 글로스터성당에서 도보로 5~10분 거리다.
글로스터시는 이곳에 박물관 부지를 확보해 시세보다 싼값에 제공하기로 했다. 준비위는 휴전 60주년이 되는 2013년까지 박물관을 완공하기로 하고, 영국복권기금 등과 접촉해 건립 비용 250만파운드(45억원)를 모금 중이다.
설계를 맡은 박물관 디자이너 닉 불팅(Boulting)은 "구두 상자를 늘어놓듯 유물을 쭉 나열하는 공간이 아니라, 다양한 인터넷 교육 장비를 통해 전쟁의 참상과 한국의 발전상을 생생하게 볼 수 있는 공간이 도리 것"이라고 했다. 한식을 파는 카페도 들어설 예정이다.
라일랜드씨는 "글로스터성당과 가까운 곳에 부지를 확보하는 게 관건"이라면서 "연간 2만명 이상 관람객이 들면 별도의 예산 없이 박물관을 유지할 수 있다"고 했다. 이 박물관을 영국 내 6·25 연구의 허브로 활용하면서, 6·25를 영국의 역사 교육 커리큘럼에 집어넣는 게 준비위의 목표다.
글로스터연대는 박물관 인력을 지원하기로 했다. 스티븐 옥슬래드(Oxlade) 대령은 "258명이 죽은 포클랜드전쟁도 박물관이 있는데 6·25 박물관은 없다"면서 "한국인들도 관심을 갖고 힘을 보태주면 좋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