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엄마 김명순씨 - 아들 모자 쓴 18번째 마라톤
"여강모위(女强母偉)라고, 여성은 강하지만 어머니는 그보다 더 위대한 사람이에요."23일 오전 춘천마라톤 출발선에 선 김명순(49)씨는 육군에서 군 복무 중인 큰아들 전지수(21) 일병의 전투모를 쓰고 있었다. 이번 춘천마라톤은 김씨가 아들의 전투모와 함께 뛰는 18번째 마라톤이었다. 김씨의 마라톤은 큰아들 전 일병이 강원도 철원의 군부대에 입대하면서 시작됐다. 첫 면회를 간 지난 2월, 김씨는 최전방에서 혹독한 추위와 싸우며 나라를 지키는 아들을 보고 마라톤을 하기로 결심했다.
"포기하고 싶은 마음을 이겨내며 42.195㎞를 완주하는 마라톤과 나라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아들의 군 복무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아들이 쓰고 있던 이등병 전투모를 받아왔다.
김씨는 지난 2월 서울에서 열린 고구려 마라톤에서 처음부터 풀코스에 도전했다. 남편 전상배(51)씨와 주변 사람들은 "첫 도전에 풀코스는 무리"라고 했지만, 김씨는 "아들의 전투모를 쓰고 뛰는데 쉬운 길을 선택하고 싶지 않다"고 고집을 부렸다. 5시간1분의 기록으로 완주한 김씨는 매달 마라톤 대회를 찾아다녔다. 지난 9월에는 아들이 복무하는 강원도 철원을 달렸다. 김씨는 "마라톤 코스에 나와있던 군인들이 다 아들처럼 보여 하이파이브까지 하며 달렸다"고 했다.
- ▲ 군 복무 중인 큰아들을 생각하며 전투모를 쓰고 춘천마라톤에 참가한 김명순씨. 김씨는 42.195㎞ 풀코스를 5시간3분48초의 기록으로 완주했다.
김씨는 이날 5시간3분48초의 기록으로 춘천마라톤 결승점에 골인했다. 처음 뛰어보는 춘천마라톤 코스는 쉽지 않았다. 페이스 조절에 실패한 데다 35㎞ 지점을 통과할 때 다리에 경련이 일어나 그대로 주저앉을 뻔했다. 김씨는 "너무 힘들어서 포기할 뻔했지만, 아들의 전투모 때문에 다시 힘을 얻었다"며 "오늘도 아들 덕에 끝까지 다 뛰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