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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 부사관 교육생들이 자신들의 전담 전술 담임교관으로부터 개별적인 문제점을 일대일로 교정받는 도제식 교육을 받고 있다. |
“11시 방향, 적 경계병 출현!”
아침저녁으로는 제법 선선하지만 한낮이면 여전히 한여름 못잖게 더위가 계속되는 지난 9일 육군부사관학교 분대전투교장에는 11-8기 육군 부사관 교육생들의 분대전투 교육이 한창이었다.
교육생들의 이마에서 땀방울이 흘러내리는 소리마저 들릴 듯 은밀하게 전투대형을 유지한 채 적진으로 기동하던 분대를 향해 분대장의 짧고 단호한 전투지휘 명령이 떨어졌다.
전 분대원은 순식간에 적 방향으로 응사하며 몸을 날려 엄폐했다. 이어 교육생들은 서로 분대장과 분대원의 역할을 바꿔가며 전투대형을 만들어 분대 전투기술을 반복 또 반복하며 몸으로 전투기술을 익혔다.
교육 시간 88시간으로 33%나 늘려
일반적으로 분대 전투는 보병 분대장이 지휘하는 분대가 수행하는 작전 행위로 전장에서 핵심 역할을 맡고 있는 분대의 전투기술은 창끝 전투력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전투의 승패는 분대전투의 성공 또는 실패 여부에 따라 결정된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이처럼 전투의 승패를 좌우하는 분대전투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분대장의 역할이다. 분대원들의 각개전투 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분대장의 지휘가 올바르지 못하다면 분대는 주어진 임무를 완수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렇듯 분대장 역할의 중요성을 절감한 부사관학교는 분대의 전투능력 제고를 위해 분대전투 교육에 일대 혁신을 꾀하고 있다. 분대장이 분대원들의 각개전투 능력을 유기적으로 통합하고 지휘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도록 하는 것이 이번 혁신의 목표다.
강화된 분대전투 교육에서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바로 교육시간. 하사 양성을 위한 10주간의 교육기간 중 68시간이었던 기존의 분대전투 교육 시간을 총 88시간으로 무려 33%나 늘린 것이다. 교육시간의 연장 없이 획기적인 분대장 능력 향상에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교육시간 연장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교육방법의 변화다. 교육방법 변화는 ‘실습형 교육’과 ‘전술 담임교관제’라는 두 축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우선 교관 중심의 일방적 교육이던 기존 방식을 과감하게 현장 중심의 실습형 교육으로 전환했다.
이전에는 강의와 실습이 각각 24시간, 44시간으로 비율이 1대1.8이었지만 이제는 강의시간은 딱 절반인 12시간으로 줄인 반면 실습은 88시간으로 확 늘렸다. 강의와 실습 비율이 무려 1대6.3으로 조정된 것이다.
담임교관이 거의 일대일 밀착지도
수업 내용 역시 기존에는 교관이 먼저 강의를 한 후 조교가 실습을 진행했다. 이런 방법은 이론과 원리에는 충실했지만 현장에서 어떻게 적용할지에 대해서는 해답을 주지 못했다. ‘무엇을 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정작 ‘어떻게 싸울 것인가’ ‘왜 이렇게 행동하는 것인가’에 소홀했던 것이다. 많은 교범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잘 제시하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이를 실 지형에서 적용할 때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제시하는 경우는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실습형 교육은 이런 문제점들을 해결해 주는 완벽한 대안으로 각광받고 있다. 오성대(대령) 교육단장은 “그동안의 교육이 교리에 충실했다면 이제는 적 상황과 임의지형에 어떻게 대처할 수 있는지를 숙달하는 방향으로 교육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도제식 교육방법의 하나인 전술 담임교관제는 실습형 교육 효과를 배가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기존에는 1개 중대 120여 명의 교육생을 2명의 전담교관이 조교를 활용해 실습까지 지도했지만 이제는 6명의 담임교관이 각각 20여 명의 교육생을 책임지고 지도함으로써 교육생 각 개인별로 잘못된 전술적 행동을 시정하고 구체적인 실습 지도를 보장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11중대 강경석 교육생은 “담임교관이 교육생들을 거의 일대일로 밀착지도해 주시기 때문에 대충 넘어갈 수 있는 여지가 없다”면서 “완벽하게 될 때까지 반복 교육하기 때문에 힘들 때도 많지만 분대전투를 완벽하게 익힐 수 있는 만큼 야전에서 자신 있게 분대장 임무를 수행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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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부사관학교 분대전투교장에서 11-8기 육군 부사관 교육생들이 분대전투 교육을 받고 있다. |
교육생 쌍방훈련으로 효과 극대화
이와 함께 교육생들이 느끼고 체감할 수 있는 교육방법을 발전시켜 도입하고 있다. 조교에 의한 대항군 운용은 최소화하는 대신 교육생들에 의한 쌍방훈련을 진행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 이를 통해 교육생들이 공격자 혹은 방어자 입장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할 것인가를 스스로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처럼 교육생들이 스스로 잘된 것과 잘못된 것을 비교해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교육을 통해 교육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
이제 분대전투 교육 현장은 이전과 달리 조용하다. 과거 요란했던 ‘분대, 공격 앞으로!’ 같은 구령은 사라지고 마치 호랑이가 먹잇감을 사냥하듯 분대장의 완수신호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 때문이다.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전사들은 보이지 않는 가운데 어느새 적진 앞으로 다가가 성난 파도처럼 요란한 함성과 함께 적을 삼키며 정예 전투분대로 거듭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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