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병 계급은 서열관계 … 명령·지시할 수 없다

 

`병영생활 행동강령' 시행 배경과 의의  

 

 

국방부는 지난 22일 국방부지시 11-4010호 ‘병영생활 행동강령’을 발령했다. 병사 상호 간의 올바른 관계 설정을 통해 병영 내 일부 잔존하는 불합리한 관행을 떨쳐버리고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선진 병영문화를 창출해 우리 군이 지향해야 할 전투형 군대를 구현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일부 부대에서는 군기유지라는 미명과 잘못된 서열의식에 의한 구타·가혹행위, 폭언, 욕설, 인격모독, 집단따돌림, 사적지시, 성군기 위반 행위 등이 잔존해 있다. 이는 반드시 근절해야 할 사안이며 후진국 군대에나 남아 있는 구시대적인 유물이다.

 

선진국 군대일수록 구타·가혹행위 등이 거의 없으며 구타·가혹행위 등의 병영 내 악·폐습이 많은 군대는 실전에서 패할 수밖에 없다. 칼날 같은 군기(軍紀)와 끈끈한 전우애로 무장된 군대만이 전투에서 승리할 수 있으며 서로 사랑하고 존중·배려하는 병영문화만이 이를 뒷받침할 수 있다.

 

 우리 군이 병영생활 행동강령을 발령해 선진 병영문화 정착에 힘쓰는 것은 언제 어디서나 승리할 수 있는 전투형 군대를
육성하기 위해서다. 육군2사단 장병들이 대대 야외전술훈련을 받으며 전술·전기를 연마하고 있다


■ 병영생활 행동강령 세부내용

가. 지휘자(병 분대장·조장) 이외의 병의 상호관계는 명령복종관계가 아니다.

병영생활 행동강령 첫 항에 병의 상호관계는 명령복종관계가 아니라고 명시했다. 첫 항의 이러한 내용은 부사관급 이상 군 간부들에게는 이미 잘 숙지돼 분명하게 인식되고 있는 사항이다. 육군의 경우 2003년 이후 참모총장의 일반명령으로 발령돼 강조된 바 있으며 우리 군이 이미 오래전부터 ‘군형법’ ‘군인복무규율’ ‘부대관리 훈령’ 등으로 관련내용들을 규율해 왔던 것들이다.

‘명령’이라 함은 상관이 부하에게 발하는 직무상의 지시를 말한다. 또한 명령권은 명령복종관계에 있는 상관(上官)만이 갖는 것으로 군인복무규율에서 규율하고 있다. 또한 ‘상관’이란 군형법 제2조에 의하면 명령복종관계에 있는 자(者) 사이에서 명령권을 가진 자(者)를 말한다. 이와 같이 명령을 내리고 상관의 명령에 복종해야 하는 계선(系線)인 상명하복(上命下服)의 체계를 우리 군은 통상 ‘지휘계통’ 혹은 ‘명령계통’ 이라고 한다. 그런데 분대장 또는 조장 등의 직책에 의하지 아니하는 병 상호 간에는 지휘계통이나 명령계통이 성립하지 않는 것이다.

여기서 분대장·조장 등을 지휘계통으로 포함하는 것은 그들이 지휘자의 지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지휘자는 위임된 권한에 의해 부대를 이끌어 가고 임무를 달성하기 위해 부하들에게 지시를 할 수 있다. 지시란 복종의 의무를 부과할 취지로 부하에게 내리는 직무상 명령을 뜻한다. 따라서 병사 신분인 분대장·조장의 경우도 지휘자로서 분대원 및 조원인 일반병사들에게 명령이나 지시를 내릴 수 있다.

다만, 일반병사라 할지라도 명령을 하달할 수 있는 예외적 경우가 있는데 부분대장·사수·조교 등이 이에 해당된다. 이와 같이 편제상 직책을 수행할 경우, 지휘계통상의 상관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을 경우, 또는 일반·특별수칙에 따라 같은 조(組)나 팀(Team)으로 임무를 수행할 경우 일반병사도 후임병사에게 명령이나 지시를 내릴 수 있다. 즉, 조(組)나 팀(Team)을 편성해 훈련·작전 등을 할 경우 조장·팀장 등은 조원에게 공적인 직무수행과 관련해 지시를 내릴 수 있다. 앞에서 언급한 군형법에서도 대리나 위임에 의해 명령권을 행사하는 자는 명령복종관계가 성립하는 지휘계통상의 순정상관(純正上官)의 범주에 포함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나. 병의 계급은 상호 서열관계를 나타내는 것이며 지휘자(병 분대장·조장)를 제외한 병 상호 간에는 명령·지시를 할 수 없다.

군인사법 제4조에 의하면 모든 군인은 규정된 계급의 순위에 따라 ‘서열’이 정해지며 동법 시행령에 따라 사관생도 및 사관(부사관)후보생을 포함해 모든 군인에 대해 서열을 부여하고 있다. 또한 동일 계급일지라도 서열을 명시해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 서열의 의미는 앞서 언급한 상명하복의 명령복종관계를 규율하는 지휘계통이나 명령계통과는 다른 것이다. 군형법 제2조에서도 ‘명령복종관계가 없는 자 간에서의 상위 계급자와 상위 서열자는 상관에 준(準)한다’고 해 순정상관과 준상관(準上官)을 구분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상하 지휘 계통상에 있는 순정상관만이 명령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이다.

병사들은 이등병에서 병장까지 네 개의 계급으로 돼 있다. 병사 상호 간에도 계급이 높은 사람이 상급자(上級者)이며 상서열자(上序列者)가 된다. 따라서 하위 서열자인 후임병사는 상위 서열자인 선임병사에게 경례·호칭·언행 등 교범에 명시된 군대예절을 지켜야 한다.

그러나 일반병사가 자신의 계급 ·서열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해 하위계급·하위서열 병사에게 명령권을 갖는 것은 아니다. 명령권은 상관만이 갖는 것으로 군인복무규율이 정하고 있다. 앞서 언급했지만 상관은 명령복종관계에 있는 자(者) 사이에서 명령권을 가진 자(者)다. 법령상으로 상하 지휘계통상에 있는 순정상관만이 명령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이다.

외국의 경우 미국과 같이 상관을 장교에만 국한하는 국가도 있으며, 독일과 같이 부사관은 병 이하의, 장교는 부사관 이하의 상관으로 규정하는 나라도 있다. 우리 군의 경우 장교·병사를 불문하고 상 서열자란 이유만으로 명령권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다. 구타·가혹행위, 인격모독(폭언·모욕) 및 집단따돌림, 성군기 위반행위는 어떠한 경우에도 금지한다.

최근 일부 군의 병영실상을 진단한 결과 아직도 계급·서열이 상위인 병사가 같은 병영 내 하위 병사에게 사적 심부름을 시키고 마음에 상처를 주는 폭언·욕설 등의 언어폭력과 구타·가혹행위 등을 자행하고 있음이 확인되고 있다.

 

특히, 인격모독이나 집단따돌림, 성군기 위반 등의 문제는 잘못된 병영문화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우리 군의 사기와 신뢰를 송두리째 실추시키고 있다. 그동안 군은 이와 같은 악·폐습을 근절하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러나 매년 절반 이상의 병력이 교체되는 병력순환 구조와 잡초처럼 끈질긴 악·폐습의 생명력을 고려해 지속적인 교육과 관심이 필요한 것이다. 위의 악·폐습은 어떠한 경우에도 허용될 수 없으며 반드시 발본색원해 나가야 할 사항들이다.   

■ ‘병영생활 행동강령’시행

이번에 병 상호 간의 관계를 설정한 ‘병영생활 행동강령’ 시행은 그동안 잘못된 관행에 의해 사실적으로 형성된 병 상호 간의 명령복종 관계와 이로 인한 부작용을 타파하고 근절하기 위한 것이다. 아울러 우리의 군법질서가 정하는 바에 따라 병 상호 간의 관계를 정상화시키고자 한 것이다.

그러나 병 상호 간에 기본적 인권이 존중되는 병영 분위기가 형성되기에는 아직 미흡한 면이 없지 않다. 입대날짜에 따라 상하 복종을 요구하는 잘못된 위계질서와 관행이 아직도 일부 병영 내에 남아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것이 바로 구타 및 가혹행위, 언어폭력 등으로 이어지는 근원적 원인이 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지휘자를 제외한 병 상호 간에는 명령·지시를 할 수 없다”고 한 행동강령은 입대 서열에 의한 잘못된 병영 내 복종적 형태의 위계질서를 바로잡기 위한 것이다. 행동강령은 불합리한 병영문화에 젖어 있는 일반 병사들에게 그러한 부적절한 행위를 못하도록 금지함과 동시에 일반병사들이 지켜야 할 행동기준들을 구체화한 것이다.

전투력의 기본은 사람에게서 시작된다. 우리 군은 이번 기회에 병영문화를 재진단하고 재점검해 선진 병영문화를 반드시 정착시키고 불합리한 관행을 바로잡아 나갈 것이다. 이렇게 하고자 하는 군의 궁극적 목적은 미래전에 대비해 장차전에서 승리할 수 있는 전투형 군대를 육성하기 위한 것이다.

이에 따라 전 장병들에게 반복 교육을 통해 주지시키고 시행 간 발견된 문제점 등을 현실에 맞게 보완해 나갈 것이다. 행동강령은 이런 의미로 마련됐다. 또한 이러한 조치가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도록 보다 장기적이고 영속적인 제도적 장치인 훈령으로 반영해 나갈 것이다.


국방부 병영정책과
이일수 중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