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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간 부대 시설물 직접 제작 육군1군단 특공연대 이상형 상사

 

육군1군단 특공연대 이상형(상사) 통신관리관이 폐자전거를 이용해 만든 영점사격장의 표적 이동장치를 작동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여느 부대와 같지만 뭔가 다른 부대였다. 농구대와 족구대, 배구대 바닥에 인조잔디가 깔려 있고, 취사장 입구에는 형형색색의 꽃들이 줄지어 있다. 생활관 복도 양쪽에는 큼직한 거울들이, 이발실에는 삼색(빨강·파랑·흰색)의 이발소 표시등이 걸려 있다.

 

바로 육군1군단 특공연대. 지난달 28일 특공무술을 연마하는 장병들의 우렁찬 함성과는 사뭇 대조적인 분위기였다. 장병들의 윤택한 병영생활을 위해 25년간 부대의 각종 시설물을 직접 제작하는 ‘군인 맥가이버’ 이상형(46·상사) 통신관리관의 작품들이다.
 

 ▲전투수영장을 만들다

최근 간이축구(풋살) 경기장을 만들기 위해 이 상사는 분주했다. 고양시에서 인조잔디를 확보해 바닥을 깔고 롤러로 평탄작업과 미리 준비한 판넬로 풋살 경기장 외부를 막아 그럴듯한 모양세를 갖출 계획이다.

“장병들이 안전하게 운동도 즐기고 특공무술 훈련도 할 수 있도록 인조잔디를 조성하고자 했습니다.”

훈련에 매진할 수 있는 부대 환경을 위해 아이디어를 쏟아내고 실천하는 이 상사의 대형 프로젝트는 지난 1998년 수영장을 조성하며 절정에 이른다. 전투 수영을 위해 부대 인근에 대형과 소형 수영장 2개를 만들었다. 계곡물을 이용해 물을 공급하고 소형 수영장에는 어린이들이 놀 수 있는 미끄럼틀도 만들었다.

수영장과 함께 5동의 방갈로는 불어난 계곡물에도 건재함을 자랑하며 매년 여름이면 군 간부가족들의 휴양지 노릇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방갈로는 나무와 나무에 홈을 내어 결합하는 전통 한옥건축방식을 적용했다. 그는 견고한 건축물을 위해 목수를 직접 찾아가 기술을 터득하는 열정을 보였다.

 
 ▲폐자원을 100% 활용

손재주와 톡톡 튀는 아이템이 결합한 또하나의 작품은 영점사격장에서 유감 없이 발휘됐다. 사격장 특성상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람이 없는 법. 이 상사는 폐자전거 체인과 페달을 이용한 이동식 표적지를 만들었다. 발로 페달을 밟으면 와이어에 연결된 표적지가 레일을 타고 이동하는 방식이다.

“타 부대에서 폐자전거를 이용해 표적지를 이동시키는 것을 봤어요. 좀 더 개량하면 성능이 나아지겠다는 생각에서 만들어 봤습니다.”

그의 빛나는 손재주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건물의 얼굴격인 현판도 그의 손끝을 거쳐 탄생했다. 부대 정문에 부착된 부대명과 부대번호 현판도 그의 작품이다. 얼핏 보면 동판에 찍은 것 같지만 그가 직접 나무에 각(刻)을 한 후 변색되지 않도록 칠을 한 것.

이 밖에도 관사와 취사병 휴게실, 막사 주변 쉼터, 교회와 법당에도 그가 정성스레 나무결과 호흡하며 파낸 현판이 멋드러지게 걸려 있다. 부대 정문에 들어서면 도로 암벽을 파고 길이 7~8m의 ‘결사 특공’이라는 한글을 새겨 넣기도 했다.

“각을 배운 것은 우연한 기회였습니다. 버스를 기다리는데 함께 있던 사람의 가방에서 여러 모양의 조각칼이 쏟아졌습니다. 부대 근처에서 공방을 운영하던 사람인데, 시간 나면 놀러 오라는 말에 들른 것이 각에 입문한 계기였습니다.”

 
▲작업도 전투처럼

그는 ‘작업도 작전’이란 신조로 시설물을 만든다고 한다. 개선점이 발견되면 계획을 짜고 실천에 옮긴 후 더 나은 대안을 또다시 모색한다. 넉넉지 않은 예산이지만 20여 년간 지역사회와 돈독한 유대 관계를 맺으면서 자재와 전문인력의 도움을 받고 있다.

이처럼 끊임없는 연구와 도전은 어디서 시작한 것일까. 그는 “안 된다는 생각을 버리고, 말 없이 실천해야 병사들이 배운다는 선배 부사관들의 조언을 늘 생각한다”며 “부대 관리를 넘어 새롭게 채워 가는 마음가짐을 잊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작 가정에서는 그의 ‘끼’가 발휘되는 경우는 좀체 드물다. 가정에서 필요한 물건은 만들기보다는 직접 구입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안사람이 필요한 것을 만들어 달라고 하면 그냥 사라고 합니다. 부대에 더 손길이 많이 가는 것 같습니다.”

부대에서 그의 임무는 통신이다. 통신은 전투의 승패를 좌우하는 막중한 임무다. 특히 특공대는 적 종심에서 작전을 수행하기 때문에 통신의 중요성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무엇보다 전입 온 신병들이 모스 부호를 숙달하고 작전에 참여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것이 그의 임무 중 하나다. ‘통신사령관’으로 불릴 만큼 주특기에 능숙한 그는 모스 신호를 접수하는 동시에 곧바로 풀어내는 실력의 소유자다. 이에 군단에서 주최한 ‘음어·암호 경연대회’에서 세 번이나 최우수상을 거머쥐기도 했다.

앞으로의 소망을 묻자 이 상사는 “소망요?” 하며 되묻더니 웃기만 한다. “소망이라면 전역하는 날까지 지금처럼 묵묵히 임무를 완수해 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득 부대 주변을 둘러보니 그의 소박한 꿈이 이룬 결정(結晶)들이 빛을 발하고 있다.
  

[TIP] 달인의 부대운영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다!
나무에 조각도로 글을 새기는 기술을 배울 때 우연히 전문가의 떨어진 조각도를 주워주는 과정에서 인연을 맺어 조각기술을 배우게 됐다. 만나는 모든 사람을 인연으로 생각해야 한다.

 ▶안 풀릴 때는 한걸음 뒤로!
모든 부대 일을 하다 보면 막히는 곳이 있다. 그때마다 한걸음 뒤로 물러나 차분하게 전체를 살펴보면 해결책이 보인다.

 ▶내집처럼, 내자식처럼!
부대를 내집처럼 느끼는 순간 풀 한 포기도 허투루 보지 않게 된다. 병사들을 진심으로 자식처럼 아끼다 보니 언젠가부터 병사들이 ‘아버지’라고 부른다.

 ▶하면 된다!
세상만사 부딪혀서 되지 않는 일은 없다. 일단 계획을 세우고 진행하다 보면 어느새 많이 와 있는 스스로를 보게 된다. 눈보다 빠른 게 손이다.

 ▶모르면 물어라!
전투수영장 방갈로를 지을 당시 목공 기술을 배우기 위해 일과 이후에 막걸리를 들고 부대 주변 공사장을 찾아다니며 어깨 너머로 배웠다.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재주를 가진 사람들이 많다. 모르면 배워라.

 

 

육군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인터넷 소통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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