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반대편에서 느낀 `츄파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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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완진 육군51사단 비봉부대 강지훈 병장 여자친구 |
‘츄파르.’
텔레파시와 유사한 표현이라고 할까요?
나는 이 예쁜 말을 이렇게 사용합니다.
전하고 싶은 마음을 띄워 보낼 때, 마법이 필요할 때, 기적 같은 일을 꿈꾸며, 지금 이 애틋하고 간절함이 고스란히 담긴 사연이 꼭 전해지길 기도하며 - 츄파르…^^.
나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육군 남자친구를 둔 여자입니다. 전역을 80여 일 남겨 두고 몸도 마음도 조금은 지쳐 있을 그에게 조금이나마 따뜻함을 전하기 위해 이렇게 용기를 내어 사연을 전합니다.
2008년 10월 12일 우리의 사랑은 시작됐습니다. 고등학교 3학년 때였습니다. 대한민국의 고 3이 그렇듯 우리도 서로 의지하며 하루하루를 이겨냈죠. 그러던 어느 날 남자친구의 진로가 일본유학으로 결정 났습니다. 이제 힘든 고 3의 시간을 서로가 잘 이겨내고 마음껏 사랑할 시간이 주어졌는데 일본유학이라니요. 하지만, 남자친구의 미래를 위해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그를 보내줄 수밖에 없었습니다. 남자친구는 일본 유학 6개월 만에 내게 선전포고를 했습니다. 남자답게 멋지고 당당하게 돌아오고 싶다며 입대 결정을 내렸습니다.
순간, 나는 조심스럽게 이런 마음을 가져 보았습니다. 남자 인생에서 제일 힘들다는 시기를 그와 함께 보내 주어야겠다고. 또 그렇게 우리의 사랑은 여물어 갔습니다. 이등병, 일병 시절 눈치 아닌 눈치를 봐가며 나와 1분씩, 2분씩 통화하던 그때, 대대장님 운전병으로 부대생활에 잘 적응할 무렵 또 한 번 나에게 선전포고를 했습니다.
동명 부대에 가고 싶다고 하더군요. 앞이 캄캄했습니다. 군인이라는 이유만으로도 이렇게 힘든 연애를 하고 있는데 파병이라니. 하지만, 파병이라는 것이 누구나 가고 싶다고 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던 나는 그에게 신청을 해보라고 했습니다. 신청은 하라고 했지만, 서류에서 떨어질 것이라 예상했지요. 한 달간 초조한 시간을 보내고 결과의 날! 그의 파병 합격 소식. 남자친구는 날아갈 듯 기뻐했고, 나는 만감이 교차하는 순간이었지요. 또 그는 나에게 물었지요. 다시 한 번 더 자기를 믿고 기다려줄 수 있겠느냐고. 나는 또 한 번 그를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7월 26일 그의 레바논행 일정이 잡히고 환송식에 참여했습니다. 대한민국 최고의 육군들이 한 곳에 모인 그곳이야말로 별천지였습니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늘어선 대열, 대한민국 육군 장병들의 위상, 장병들의 패기, 그때서야 야속하게만 생각했던 그의 파병결정을 마음을 다해 축하해 주었습니다. 떠나기 전 2박 3일의 휴가는 눈물의 시간이었습니다.
보고 있어도 보고 싶다는 말이 어찌나 뼈저리게 실감 나던지요. 이제 6개월간 이 사람을 볼 수 없다는 생각에 가슴이 먹먹했습니다. 항상 남자친구를 기다리는 것밖에 할 수 없었던 나로서는 가까이 있으면 멀리해야 할 시간 때문에 울었고, 멀리 있으면 가까이 있던 모습이 그리워 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시간은 야속하게도 훌쩍 지나가 이별의 날이었어요.
작별의 시간 인천터미널에서 “몸 건강히 잘 다녀오고 꼭 편지해. 나 잘 기다리고 있을게. 아프지 말고 응?” 하고 돌아서는 순간 어찌나 눈물이 쏟아지던지요. 남자친구에게 안겨 소리 내 엉엉 울었습니다. 남자친구는 말없이 힘껏 안아주었습니다.
일반인이 그냥 생활하기도 어렵다는 해외생활, 더구나 파병 생활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들지 감히 짐작조차 할 수 없었습니다. 시차가 7시간이나 나는 그와 나의 거리는 8000여km. 편지 한 통 받아보려면 1달 이상이 걸리는 거리이지만 그 편지 하나에 우린 가슴이 벅차올랐습니다. 2010년 6개월간 떨어짐의 시간은 그와 알차게, 마음 따뜻하게 꽉꽉 채워 보낸 시간이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상상도 하지 못할 6개월간의 떨어짐은 우리 둘만의 특별함으로, 남친과 나 사이의 가슴 따뜻한 애틋함으로 새겨졌습니다. 앞으로 그와 내가 또 채워나갈 설렘 가득한 우리의 시간, 씩씩하게 그리고 정답게 우리의 길을 갈 것입니다.
남친을 만난 것에 하루도 빠짐없이 감사하며 살고 있습니다. 나라의 부름에 한치 망설임없이 달려가 대한민국 국군의 유엔평화유지군 활동을 무사히 마치고 멋지게 돌아온 내 남자친구 강지훈, 당신이 자랑스럽습니다. 충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