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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바꾼 40km 행군 육군25사단 김영환 이병

 

김영환 이병
육군25사단

 

나는 26세 늦은 나이에 입대했다.

내가 배치받은 육군25사단은 파주·연천 일대를 기점으로 하는 최전방 사단. 말로만 듣던 임진강 결사대의 임무를 맡는 사단이다. 입대 전부터 ‘전방은 피하자’라는 약한 마음을 갖고 있던 나에게 GOP를 지키는 최전방 사단이라니…. 이런 마음으로 제1신병교육대에서 5주를 보내고, 제2신병교육대에 도착했다. 이병 계급장을 달고 한 훈련 중 내 기억에 가장 남는 것은 마지막 주에 실시한 40㎞ 행군이었다. 사실 차량을 타고 기동하는 포병에게 행군은 큰 의미를 부여받지 못한다. 더군다나 제1신병교육대의 행군은 부대 근처의 같은 코스를 계속 반복해서인지 ‘힘들다, 춥다, 졸리다’라는 생각 이외엔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제2신병교육대의 행군은 달랐다. 민통선을 넘어 말로만 듣던 GOP 철책선으로 직접 걸어가는, 그야말로 우리가 대치하고 있는 적과의 최전방 상황을 몸소 느낄 수 있는 행군이었다. 게다가 12시간 동안 새벽까지 계속되는 긴 행군은 내 의지와 인내를 시험해 볼 수 있는, 즉 나 자신과의 싸움 그 자체였다. 행군하면서 발에 물집도 잡히고 무거운 군장에 어깨도 아프고 시간이 흐를수록 자꾸 눈꺼풀이 가라앉았지만 환하게 불을 밝힌 가운데 길게 늘어선 철책선과 길옆 곳곳에 붙어 있는 ‘지뢰 조심’ 푯말은 나로 하여금 정신을 똑바로 차리게 했다.

걷고 또 걷고 계속 걸어서 자정이 돼서야 맞이한 휴식, 한 시간의 휴식 동안 승전 OP에서 대대장님 설명 아래 직접 바라본 우리 25사단의 GOP라인과 GP 초소들, 그걸 바라본 순간, 모든 것이 달라졌다. 후방에서 몸 사리고 군 생활 하고 싶어 했던 나 자신이 너무 부끄러웠고 ‘과연 이제까지 나는 국토방위의 신성한 의무를 진지하게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었는가?’라는 반성을 하게 됐다. 그 후 나의 마음가짐은 180도 바뀌게 됐고, 최전방 25사단에 배치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게 됐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자랑스러운 최전방 GOP 사단, 25사단의 217포병 대대의 이등병으로서 즐겁게 복무하고 있다. 적극적으로 군 복무를 할 수 있게 만들어 준 40㎞ 행군, 비록 힘들었지만 내 군 생활의 잊을 수 없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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