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은 둘(2)이 만나 하나(1)가 된다는 ‘부부의 날’. 군에서 ‘부부’ 하면 대체로 ‘남군+민간인 아내’ 조합을 떠올리고 주로 화제가 돼 온 것은 ‘남군+여군’인 부부군인. 하지만 ‘여군 아내+민간인 남편’의 예도 만만치 않다. 부부의 날을 맞아 남녀 성(性) 역할에 대한 우리 사회의 통념을 상당 부분 깨뜨리는 ‘여군+민간인 남편’ 커플을 만나 그들만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육군1군단 한숙희 소령 남편 최원신 씨-“자신의 임무에 최선 다하는 모습이 좋아”
“사랑한다면 결혼해야죠. 대신 강한 체력은 필수입니다. 하하.”
육군1군단 141정보대대 한숙희(소령·38) 기술통제분석장교의 가족인 최원신(40) 씨는 공군 병장으로 만기제대한 후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이 때문에 군인가족이나 여군의 생활에 대한 사전지식 없이 오로지 직장 선배를 통해 알게 된 한 소령이 좋아 군인가족의 길을 택했다.
“그냥 공무원이랑 비슷할 거라고 생각했지요. 사실 신혼 때는 근무지가 서울 쪽이어서 군 생활의 특수성에 대해선 알기 힘들었고요. 그런데 얼마 전부터 아내의 야전생활이 시작되면서 ‘군인 또는 군인가족의 삶이란 이런 것’이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지요.”
결혼 후 처음 당직 섰을 때, 야간행군한다고 며칠씩 집에 들어오지 않을 때 등등 전혀 예상치 못한 아내의 업무에 깜짝깜짝 놀란 것도 여러 차례. 하지만 결혼 5년차가 된 지금은 일상적인 일로 받아들이게 됐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탄탄한 외조로 아내의 군 생활을 뒷받침하고 있다.
“그나마 제가 사업을 하다 보니 개인시간이 자유로운 편이어서 다행이지요. 일반적인 직장인이었으면 정말 힘들었을 겁니다. 5살인 딸과 3살인 아들을 챙겨서 유치원·어린이집에 보내고 아침 저녁 챙겨 먹이고 청소·빨래하다 보니 주부들의 애환이 남의 일 같지 않아요. 다른 집이랑 정반대라고 보시면 됩니다.”
“집안일에 내 일 네 일이 어딨느냐”며 “상황이 허락하는 사람이 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말하는 최씨였지만 아이들을 보살피는 문제에 대해서만큼은 아쉬움을 나타냈다.
“집안일이야 제가 하면 되는데 아이들이 엄마랑 많은 시간을 못 보내니 그게 안타깝지요. 그래도 필요할 때 부대에서 탄력 근무제를 활용하게 하는 등 어린 자녀를 둔 여군이 마음 편히 근무하게 해 주시죠. 우리 가족은 한 집에 같이 사니까 주말 부부 하는 다른 가족에 비해 형편이 낫다고 해야 할지…. 얼마 후 아내가 육군대학 교육에 들어가면 6개월 동안 애들 얼굴 보기 힘들다고 하니 마음이 좀 그렇습니다.”
그래도 늘 자신의 임무에 최선을 다하는 아내의 모습이 보기 좋다는 최씨는 “남군들이 자신의 아내·여동생·딸이 군 생활하고 있다는 마음으로 여군들을 봐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육아시설 확충과 함께 여군의 모성성 인식을 유도하는 간부 교육을 지속적으로 실시한다면 남군과 여군이 조화롭게 국방의 임무를 수행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되묻기도 했다.
○ 해군포항병원 김은래 소령 남편 신길호 씨-“간호장교인 당신이 정말 자랑스러워요”
![]() |
해군포항병원 김은래(소령·42) 간호부장과 신길호(40) 씨는 올해로 결혼 18년차의 베테랑 부부다.
신씨는 김 소령의 선후배 간호장교 사이에서 자상하고 성실한 남편으로 칭찬이 자자하다. ‘해장 라면 사건’이 단단히 한몫했다.
정확히 언제인지는 기억하지 못하지만 아내의 회식이 있던 날이었다. 신씨가 아이들을 재우고 잠자리에 들려던 찰나, 아내와 직장 동료 10여 명이 좁디좁은 군인 아파트에 쳐들어 왔다.
신씨는 ‘귀하신 몸’들을 대접하며 조국에 충성하는 군인이자, 한 남자의 아내이며 아이들의 엄마로 살아가는 그들의 애환을 이해하게 됐다.
새벽 2시쯤 ‘해장 라면’을 끓여 내놨다. 아내의 직장 동료들은 큰 감동을 받았고, 신씨를 ‘친절한 남편’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신씨와 김 소령은 1990년 선배 소개로 만남을 시작한 뒤 3년의 열애 끝에 93년 결혼에 골인했다. 2남1녀를 낳고 기르는 동안 에피소드도 많다.
“아내가 포항병원에 근무하던 94년이었습니다. 첫째 딸을 임신하고 있던 아내가 천자봉 행군을 가야 한다고 하더군요. 무사히 다녀오기는 했지만 출산이 몇 달 남지 않은 상황이라 얼마나 가슴을 졸였는지 모릅니다.”
북한의 기습도발 때문에 예상치 못한 이별을 한 적도 있다. 김 소령은 지난해 11월 23일 북한의 연평도 포격도발이 있었던 다음날 짐을 꾸린 뒤 “갔다 올게요”라는 말을 남기고 연평도에 입도했다.
김 소령은 해병대 장병은 물론 대민 의무지원에도 정성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김 소령의 빈 자리는 남편인 신씨가 고스란히 채워야 했다. 신씨는 일주일 동안 집안일과 육아, 직장생활을 병행했다.
신씨는 “지나고 생각하니 아내는 어떻게 이런 일을 매일매일 완벽히 해낼까 하는 의구심마저 들었다”고 말했다.
신씨는 아내에 대한 애틋함도 숨김없이 표현했다. “대한민국 해군의 간호장교인 당신이 정말 자랑스럽고, 그런 당신을 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한다는 것을 꼭 알아줬으면 합니다.”
○ 육군13정보통신단 정성미 대위 남편 김지홍 씨-“여군은 가장 아름다운 어머니”
![]() |
“전역하면 서로 만나기도 힘들 테고, 우리 그냥 결혼합시다.”
육군13정보통신단 정성미(대위·33) 인사장교의 가족인 김지홍(34) 씨는 2006년부터 학사장교로 복무한 후 전역했다. 6년 동안 장교 생활을 한지라 여군의 매력은 충분히 알았고, 2005년 중대장 시절부터 정 대위를 눈여겨보고 있던 터라 전역을 앞두고 군인정신으로 프러포즈를 했다고 한다.
“바쁜 중대장 임무를 수행하면서 전역 후 진로에 대해 준비를 제대로 못해 아무것도 약속할 수 없었지만, 용기 내서 ‘우리 결혼하자!’라고 말했어요. 흔한 꽃다발 하나 없이 한 프러포즈에 너무 쉽게 결혼을 승낙해 줬던 아내와 결혼한 지도 벌써 5년이 됐네요.”
결혼할 당시 아내가 훈련과 임무수행으로 바빠 휴가를 낼 수 없는 상황에 상견례를 양가 부모님끼리 만나서 했다고.
이때 직업 특성상 주말부부일 가능성이 크고 자녀양육이 어려울 것에 대해 많이 걱정하셨단다. 하지만,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부모님께 의지하지 않고 아이만큼은 우리 손으로 키우겠다고 약속을 드렸다.
“특히 결혼 후 1년 동안 제가 취업을 위해 공부하는 동안 군인으로서, 며느리로서, 딸로서, 현명한 아내로서 많은 역할을 해주었습니다. 하지만 취업도 하기 전 아이가 생겼고, 부담감 때문에 뛸 듯이 기뻐하지 못했던 게 많이 아쉬웠습니다.”
취업준비를 하는 동안 단 한 번도 재촉하지 않고 원하는 직장에 취업될 때까지 열심히 하라고 용기를 줬던 정 대위의 내조 때문일까 출산 한 달 전 건강보험 심사평가원에 입사했다.
“아내가 당직근무하는 날은 제가 회사 눈치 조금 보면서 6시 정시 퇴근하고 어린이집에서 아이를 데리고 와 목욕시키고 분유 수유한 후 재우기까지 상상도 못했던 육아전쟁을 치릅니다.”
그래도 어떤 힘든 일이 있어도 우리 손으로 아이를 키우겠다는 아내의 마음가짐이 맘에 든다는 김씨는 “사회인보다 더 많은 배려와 존중이 필요한 사람이 군인이지만, 여군의 길을 걷고 있는 아내를 만나길 잘했다”고 말했다. 또 “군 생활과 육아를 함께 해내는 여군은 가장 아름다운 어머니이자 멋진 여자”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 공군3훈련비행단 편보라 소령(진) 남편 김희창 씨-“요리실력도 수준급…섬세한 부분 많아요”
![]() |
첫 기수의 여성 공군사관생도, 최초의 보라매 사격대회 여성 수상자, 최초의 공군사관 출신 여성 영관장교 예정자.
공군3훈련비행단의 편보라(소령·진·32) 213비행교육대대 2편대장에게 붙는 화려한 수식어들이다. 하지만 남편 김희창(33) 씨는 아내가 주변 사람들에게 ‘강한 군인’으로만 인식되는 것에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고.
“오랫동안 음악을 공부했던 아내는 피아노도 잘 치고, 요리 실력도 수준급입니다. 남들은 잘 모르겠지만 여리고 섬세한 부분이 많아요. 매일 팔굽혀펴기와 윗몸일으키기를 100개 이상 하며 체력을 단련하는 모습을 봐야 군인이구나 싶답니다.”
IT 관련업계 컨설턴트 업무를 하고 있는 김씨는 그 특기를 살려 병역특례 업체에서 군복무를 대체했다. 군대 냄새가 전혀 묻지 않은 민간인 김씨와 공군의 기대주 편 소령(진)이 결혼까지 이르게 된 사연은 우연이 인연으로 이어진 한 편의 드라마. 친구들과 단체로 떠나기로 했던 스키 여행에서 폭설로 김씨와 편 소령(진) 둘만이 함께하게 되면서 시작된 사랑은 여군과 민간인 남자의 만남이라는 사실 때문에 장벽에 부딪치기도 했다.
“여군들은 군인을 만나 군인가정을 이루는 경우가 많았어요. 아내의 동기들 가운데에도 부대 선배나 동기와 교제하는 친구들이 대부분이었는데, 민간인인 저와 만나는 게 돌출행동처럼 비치는 면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장인어른과 장모님께서 걱정을 하시기도 했지요.”
김씨는 특별히 외조를 하지도 않고, 편 소령(진)도 그런 것을 바라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삶의 곳곳에서 아내를 배려하고 생각하는 마음이 듬뿍 배어나고 있다. 직장 때문에 가족과 떨어져 살고 있는 김씨가 삶의 터전으로 대전을 선택한 것도 그러한 이유 때문이다.
“대전은 지리적으로 우리나라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어서, 아내가 앞으로도 군 복무를 하면서 어느 부대로 배치가 되더라도 2시간이면 만나러 갈 수 있으니까요.”
또 김씨는 군인가족들이 모이는 부대 행사에도 적극적으로 참가해 군인사회를 이해하고 동참하려는 노력도 아끼지 않고 있었다. 심지어는 군인 남편을 둔 부인회 모임에도 나가고, 집에서 다과회를 열어 군인가족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시간도 종종 가졌다고. 여성 파일럿으로 최선을 다하는 아내가 한없이 자랑스럽기도 하지만 안쓰럽기도 한 것이 김씨의 마음이다.
그는 “예전에 전투비행단에 있을 때는 사고나 안보위협 뉴스가 나올 때마다 깜짝깜짝 놀라곤 했다”고 말한 뒤, 아내에게 “앞으로도 안전하게 비행하고, 갖고 있는 타이틀에 부담스러워하지 말고 본인에게 주어진 임무에 충실하면 좋겠다”는 말을 전했다.
○ 공군 연구분석평가단 고승자 중사 남편 조덕진 씨-“군대 일로 힘들어할 때 못 도와줘 아쉬워”
![]() |
“부인이 군대에서의 일로 힘들어할 때, 도움을 줄 수 없게 된 것이 아쉽죠.”
올해로 결혼한 지 만 7년을 맞은 조덕진(39) 씨와 고승자(35) 중사.
조씨 역시 2008년까지 현역 대위였지만, 지금은 전역하고 민간인으로서 열심히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
“저희도 그저 평범한 맞벌이 부부로 볼 수도 있는데, 많은 사람이 아내가 군인이라고 하면 신기한 눈길로 바라보는 경우가 많아요. 특히 주변 분들에게 아내가 사온 건빵과 같은 군대 부식이나 군납이라고 찍힌 술을 선물하면, 군에 대한 향수를 가진 이들이 많아서 그런지 아주 좋아한답니다.”
현역 시절 복무하던 부대에 새롭게 전입한 고 중사에게 한눈에 반한 조씨는 당시 틈나는 대로 지금의 아내가 근무하던 사무실을 찾아가 얼굴을 익히고 친분을 쌓았다고 한다.
“연애 1년 7개월 만에 결혼을 했답니다.”
이후 군인부부로 살아가다가 어느덧 전역한 지 3년. 군복 입은 아내의 모습이 익숙하기만 한 조씨지만, 가끔은 새삼스러운 느낌이나 멋지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고.
“다른 맞벌이 부부들의 부인은 주로 정장을 입는데, 아내가 집에서 군복을 다림질하고 있는 모습을 보거나, 훈련 나간다고 장구류를 챙기는 모습을 보면, 내 아내가 나라를 지키는 군인이었구나 싶고, 나도 군에 남아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들곤 합니다.”
이제는 민간인인 조씨가 군인 아내와의 결혼 생활에서 아쉬워하는 것은 업무적으로 도움을 줄 수 없다는 점과 떨어져 살아야 한다는 점이다. 현재 고 중사는 7살과 5살 난 두 아들들, 시어머니와 함께 계룡대에서, 조씨는 직장 본사가 있는 충북 음성에서 거주하고 있다.
“예전에 저도 군에 있을 때는 아내를 위해 여러 가지 힘써 줄 방법이 있었는데, 이제는 아내가 힘든 일이 있다고 말해도 ‘나만 믿어!’라고 큰 소리만 치지 실질적으로 도와줄 수가 없어서 마음이 무겁기도 합니다. 특히 주어진 임무를 반드시 완수해야 하는 군대에서 아이들이 열이 나고 아플 때에도 일을 마칠 때까지 마음 졸이며 귀가하지 못하는 아내를 보면 무척 마음이 아픕니다.”
하지만 오랜 주말부부 생활이 서로에 대한 믿음과 신뢰, 이해의 폭을 넓혀 주는 면도 있다고 한다.
조씨는 “생업 때문에 떨어져 지내는 시간이 많지만 아내가 저를 믿고 또 의연하게 아이들도 잘 키워주고 있어 아주 자랑스럽습니다”라며 “저희 부부도 열심히 하고 있지만, 군에서 아이들 양육을 위한 보육 시설과 여건 등을 좀 더 개선시켜 준다면 사기진작에도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인터뷰 이후 고 중사로부터 “오늘 인터뷰 잘했느냐”는 전화를 받은 조씨는 늠름하고 큰 목소리로 답했다. “오빠만 믿어!!”
○ 수도군단 10화학대대 김현우 중사 예비신랑 조광진 씨-“전투복 입고 있는 모습이 너무 예뻐”
![]() |
“그냥 이 사람이어서 평생 같이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육군수도군단 10화학대대 김현우(30) 중사와 결혼 예정인 조광진(27) 씨는 김 중사와 같은 부대 선임 중사이자 조씨의 친한 친구의 소개로 처음 만났다.
조광진 씨는 예비신부인 김 중사가 여군이라는 사실이 오히려 좋았다고 환하게 웃는다.
“가끔 훈련이 늦게 끝나거나 제가 회사에서 일찍 끝나는 날에는 부대 앞으로 데리러 갔는데 전투복을 입고 나오는 모습도 예쁘고, 그런 전투복을 입는 것을 너무 좋아하는 모습이 미소 짓게 했습니다.”
다만, 위장하고 찍은 사진을 봤을 때나 미처 위장을 지우지 않고 나올 때는 약간 부담스럽기는 하다고.
여군과 결혼한다고 하면 일반적으로 주변에서 반대할 것으로 생각하지만, 예상외로 주변의 모든 분의 반응은 ‘대단하다’ ‘능력 있다’ 이런 반응들이었습니다. 저를 굉장한 능력을 갖춘 사람으로 보면서, 다른 여군을 소개해 달라고 부탁하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조씨에게 예비신부 김 중사는 말 그대로 ‘복덩이’였다.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여군이 가진 장점이 매우 크기 때문에 저는 결혼 잘한다는 칭찬과 부러움 속에 지내고 있습니다.”
조씨 아버지가 8사단에서 군무원으로 근무하는 것도 예비신랑과 신부에게 큰 버팀목이 됐다.
조씨 부모님은 김 중사가 훈련 중이거나 교육 중이라 바쁠 것을 염려해 ‘시간 될 때 전화 줘’라는 문자를 보낼 정도로 김 중사의 상황을 잘 이해해 주신다고 한다.
이런 예비신랑을 수줍게 미소 지으며 바라보고 있던 김 중사는 “결혼 준비하면서 예비신랑이 많이 도와주고 힘이 돼 주고 항상 곁에 있어 줘 너무 고마웠다”며 “우리 앞으로 잘 살자~ 사랑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