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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일보라는 `끈' 덕분에 기부천사 됐어요

국방일보를 통한 나눔문화

박지원(오른쪽) 예비역 병장이 백윤호 예비역 병장과 함께 군 복무 당시 모은 봉급으로 도움을
 준 학생이 보낸 감사편지를 읽으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국방일보는 ‘끈’이다. 전국 각지는 물론 해외까지 흩어져 임무를 수행하느라 안부조차 묻기 힘든 이들의 반가운 소식을 소개해 현역과 예비역·가족, 군과 사회를 이어주기 때문이다. 창간 이후 46년이 흐르면서 때론 기사를 쓴 당사자도 놀랄 만큼 특별한 끈 역할을 하는 경우도 접하게 된다. 육군36사단 출신 박지원(23) 예비역 병장과 계룡대근무지원단에서 복무한 백윤호(28) 예비역 병장의 사연이 대표적이다. 친분도 없고 소속 부대 역시 달랐지만 국방일보 기사를 통해 서로에게 아름다운 영향을 주며 기부천사가 된 두 사람을 지난 11일 만났다.

- 직접 만나는 건 처음이시죠? 두 분은 국방일보를 통해 정말 독특한 인연을 맺으신 것 같습니다.

 백윤호 예비역 병장(이하 백)= 그렇지요. 전 전역 후 개인적으로 쓰려고 봉급을 모으던 중 박 예비역 병장님 기사를 봤습니다(국방일보 2009년 4월 8일자 1면). 봉급으로 200만 원을 모아 불우한 학생들에게 기부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감동과 충격을 받았죠. ‘봉급을 이렇게 의미 있게 쓸 수도 있구나’라는 생각에 100만 원을 모아 불우이웃에 기부했습니다(국방일보 2010년 10월 28일자 3면).

박지원 예비역 병장(이하 박) = 부끄럽습니다. 사실 백 예비역 병장만 그런 게 아니에요. 저도 신병훈련받을 때 국방일보에서 봉급을 모아 기부한 병사 기사를 읽고 ‘나도 못할 게 뭐냐’고 생각해 봉급 모으기를 시작했답니다. 제가 당시 ‘다른 장병들이 제 기사를 읽고 기부를 결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는데 정말 국방일보가 릴레이 기부, 기부의 선순환을 이끈 연결고리가 된 셈이네요.

 
 - 원래 기부에 관심이 있으셨나요?

백= 부끄럽지만 없었어요. 하지만 군 생활하면서 너무 많은 분들께 많은 사랑과 도움을 받아서 그걸 다른 분들께 돌려드리고 싶다는 생각에 기부를 결심했습니다. 제가 육군인사사령부 예하 기록정보관리단에 파견돼 근무했는데 힘들 때마다 그곳 간부님들이 너무 많이 도와주시고 격려해 주셨거든요.

박 = 전 원래 관심이 많은 편이었습니다. 고등학교 때 대형 교통사고를 당해 죽을 고비를 넘겼고 저와 함께 있던 친구는 세상을 떠났습니다. 사고 후유증으로 한동안 우울증에 시달렸고 살기 싫다는 생각도 많았지요. 하지만 친구 몫까지 살아야겠다는 생각으로 대구가톨릭대 사회복지학과에 진학했고 어려운 이웃에 관심을 갖게 됐죠. 현재 휴학 중인데 주중에는 수화를 배우면서 헌혈의 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주말에는 봉사활동을 합니다.

 
 - 기사가 나간 후 반응이 어땠나요?

 백 = 간부님들이 너무 연락을 많이 해 오셔서 깜짝 놀랐습니다.

 박 = 제 경우는 인터넷에도 기사가 많이 떴거든요. 격려해 주시는 분들도 많았지만 ‘독한 ×’이라며 막말하는 분도 있어 상처를 받았습니다. 전 입대 전 아르바이트로 모은 돈을 군 생활 중에 썼고 봉급은 기부용으로 모은 것인데 마치 후임들에게 돈 한 푼 안 쓴 사람처럼 매도해 마음이 아팠지요. 물론 뿌듯한 때도 있었습니다. 전역 후 36사단을 방문했는데 부대에 제 기사를 코팅해 붙여 놓으셨더라고요. 정신교육 때도 계속 소개돼 전입 온 간부·후임들도 절 알아보셔서 깜짝 놀랐죠.

 
 - 국방일보를 보시고 기부를 결심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는데 국방일보를 즐겨 보셨는지.

 박 = 매일 빼놓지 않고 봤습니다. 종이 신문을 못 보면 인트라넷으로 볼 정도니 나름 애독자였지요. 부대 소식도 보지만 미담을 가장 주의 깊게 봤어요. 덕분에 이런 일도 생겼네요.

 백 = 어학에 관심이 많아서 어학 관련 코너를 많이 봤고 연예·스포츠로 복잡한 머리를 식혔죠. 미담 기사도 잘 봤고요.

 
 - 후배 병사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박 = 전 교통사고 후유증 때문에 입대를 피할 수도 있었는데 재검받아 군에 왔습니다. 제가 다니는 학과에 뇌성마비 장애인 학우가 있는데 언젠가 제게 ‘진짜 부럽다’고 해서 큰 울림을 받았습니다. 건강하니까 군에 올 수 있는 거잖아요. 일종의 권리인 셈이죠. 물론 입대 초기에 많이 힘들었지만 결국 이겨냈고 정말 많은 걸 얻었습니다. 세상을 보다 넓게 볼 수 있게 됐고 너무나 많은 분들과 두터운 정을 쌓았지요.

 백 = 저 역시 그렇습니다. 사실 기부한 돈을 스스로 모았다기 보다 간부·선임병들이 모아 준 것을 대신 전달한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그만큼 과분한 사랑과 배려를 받았지요. 또 군 생활을 통해 차분히 나를 돌아볼 수도 있었습니다. 후임들도 복무 기간을 의미 있게 보내기 위해 한 시간도 허투루 쓰지 않고 노력했으면 합니다. 또 자신의 재능이나 시간을 기부하는 것도 뜻 깊은 것인 만큼 봉급을 모을 수 없다면 재능으로 봉사하는 것도 좋은 기부가 될 겁니다.

 
 - 앞으로 계획은.

 백 = 중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터라 내년 1월 중국으로 가서 아는 분의 사업을 도울 생각입니다. 열심히 일해 번 돈을 많은 사람과 나누고 싶습니다.

 박 = 내년 봄에 복학하고 열심히 공부해 사회복지사가 되고 싶습니다. 그 경험을 가르치는 일도 하고 싶고요. 일을 하면서 꿈도 조금씩 더 커지는 것 같습니다. 

백윤호 예비역 병장                                                 박지원 예비역 병장

  ◈ `병사 봉급 기부'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아

간부도 아닌 병사들이 봉급을 모아 기부하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 된 일이 아니다. 예전에는 병사 봉급이 2만 원대에 머물러 군것질 한두 번이면 바닥나 버릴 정도로 소액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04년부터 국방부가 병사들의 사기 진작과 복지 개선을 위해 병 봉급을 꾸준히 인상하면서 봉급 모으기는 2007~2008년을 전후해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동시에 모은 봉급을 기부하는 미담은 국방일보의 단골 기사가 됐다. 이런 기사는 단순히 기부자를 격려하는 것뿐만 아니라 후임병들에게 의미 있는 봉급 사용처를 제시해 주는 길잡이 역할도 했다. 미담의 주인공 중 상당수가 국방일보를 보고 봉급 기부를 꿈꿨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앞서 소개한 박·백 예비역 병장 외에도 윤기준(육군6사단)·김민철(육군2군단)·문건우(육군1군지사)·허민홍(공군본부 지원 기무부대)·안정민(해군1함대) 예비역 병장 등이 60만~200만 원의 액수를 기부해 국방일보에 소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