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우리도 강원도민]백골부대 신병교육대
화생방 훈련 후 공기 소중함 깨달아
섬뜩한 백골마크 자랑스럽게 느껴져
“必死則生 骨肉之情 살아서도 백골 죽어서도 백골 필사즉생 골육지정 백골 백골 파이팅! ” 무섭게 들리지만 이것은 바로 육군 3사단 백골부대의 구호이다.
철원에 위치하고 있는 백골부대는 국군의 날을 제정한 부대로도 알려져 있다. 1950년 10월1일이 3사단 23연대 병사들이 최초로 38선을 넘어 북진한 날이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1956년 9월4일 대통령령으로 10월1일을 국군의 날로 제정했다. 이렇듯 역사와 전통이 깊고 최강의 전투력을 자랑하는 백골부대의 신병교육대는 100여명의 간부 중 70명 이상이 철원군민이 되어 터를 잡고 살고 있으며 철원군민의 관심에 대한 보답으로 중부전선 최전방을 지키는 최정예 용사를 양성하고 있다. 또한 농번기나 재난재해 시 대민지원도 아낌없이 하며 지역주민과 함께하는 부대원들을 키우고 있다. 5주동안의 백골부대 신병훈련과정을 취재했다.
신병교육대를 찾았을 �는 가을비가 내리고 있었다. 훈련병들은 가을비도 아랑곳하지 않고 각개전투 훈련 중이었다. 곳곳에서 뿜어내는 연막과 공포탄 소리, 적진을 향해 돌격하는 함성들은 실제 전장과 같은 분위기를 연출했다.
처음 해 보는 위장은 빗물과 땀으로 반쯤 지워져있었으나 눈빛은 어느 때보다 빛났다. 물웅덩이도 아랑곳하지 않고 포복으로 철조망을 통과하는 모습에 어느덧 군인의 패기가 자리 잡고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비는 더욱 거세졌다. 각개전투 후 이어진 교육은 화생방 훈련이었다. 입대 전 화생방에 대한 소문을 익히 들어서인지 군인의 패기가 보였던 훈련병들의 눈빛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 가스실에서 새어나오는 메캐한 냄새가 더욱더 두려움을 갖게 만들었다. 방독면을 쓰고 가스실로 들어가 정화통을 교체하는 순간 가스가 방독면 속으로 들어오자 여기저기서 기침소리가 들려왔다. 참을 수 없는 고통의 시간이 지나가고 교관의 밖으로 나가라는 소리와 함께 훈련병들은 전속력(?)을 다해 뛰쳐나갔다. 김병혁(21) 훈련병은 “난생 처음 겪어보는 훈련에 많이 당황했고 서두르는 바람에 정화통 교체가 늦어져 가스를 많이 마셨다”며 “새삼 맑은 공기에 대한 고마움과 소중함을 느낄 수 있었다”고 했다.
다시 찾은 신병교육대 연병장에는 훈련병들이 행군을 위해 완전군장을 한 채 출발을 기다리고 있었다. 가을날씨임에도 철원지역은 다소 춥게 느껴질 만큼 쌀쌀했다. 하지만 출발 후 곧 이들의 얼굴에는 땀방울이 맺혔다.
아침 가을햇살을 받으며 누렇게 변한 황금들녘을 지나고 실개천을 건너며 수려한 자연풍광을 감상할 틈도 없이 자신 스스로와 싸워가며 앞 전우와 발을 맞춰나갔다. 쉬는 시간 곳곳에서는 물집이 잡혀 치료를 하거나 전투화를 고쳐 신는 등 재정비하는 모습과 여자 친구가 보내온 편지를 읽으며 힘을 내는 모습, 군장에 잠시 몸을 기대 휴식을 취하는 모습 등을 볼 수 있었다.
꼭 해내겠다는 각오로 훈련에 임하고 있다는 유주영(21) 훈련병은 “하루하루 훈련을 받아갈수록 체력과 정신력이 성장하고 있음을 느낀다”며 “입대전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있었지만 지금은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변했다”고 말했다. 첫 행군에 훈련병들은 다소 지친모습을 보였지만 서로를 격려하며 끌어주고 밀어주며 낙오자 없이 모두 무사히 행군을 마쳤다.
5주차 퇴소식 전날 신병교육대 체육관에서는 백골부대만의 백골의식이 치러지고 있었다. 백골의식이란 수료식을 앞둔 훈련병들이 백골부대원이 됐다는 의미로 백골 모양의 잔에 음료수를 나눠 마시는 의식이다. 5주간의 훈련 때문인지 검게 그을린 얼굴에는 새로운 시작을 앞둔 긴장감과 무사히 훈련을 마쳤다는 자부심이 묻어났다. 원수연(21) 훈련병은 “무엇보다 5주간의 훈련으로 나약했던 나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고 했다. 또 임지석(21) 훈련병은 “처음 이곳 신병교육대로 오면서 백골 모양을 보고 죽었구나 생각했으나 이제는 이 백골마크가 자랑스럽게 느껴진다”며 가슴에 달린 백골마크를 내보였다.
다음날 퇴소식에서 본 훈련병들은 입소식보다 정돈된 오와 열, 우렁찬 경례구호에서 5주간의 훈련을 마친 자부심이 엿보였다. 퇴소식을 마친 훈련병들은 서로 떠남을 아쉬워하며 작별을 나누고 그동안 고생한 교관과 조교들에게도 인사를 잊지 않았다. 훈련병들을 떠나보낸 신병교육대 김택렬 중령은 “신병교육대대 전 교관, 조교들이 자식을 군에 보낸 부모의 입장에서 애정과 책임감을 가지고 보살피고 있다”며 “저희들을 믿고 자녀들이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다할 수 있도록 아낌없는 지원 부탁드린다”고 했다. 신병들은 군 생활과 함께 시작한 이 땅에서 강원도를 알아가는 인연의 첫 발을 내디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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