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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장병들을 찾아가 진료하는 3사단 군의관 정재훈 중위
육군5군단전우회
2012. 7. 23. 12:49
▲ 육군 3사단 진백골연대 GOP대대 군의관 정재훈 중위(가운데) |
이날 위급한 상황 속에서도 차분하게 응급조치 및 환자 후송을 성공적으로 수행함으로서 소중한 생명을 구한 주인공은 바로 육군 3사단 진백골연대 GOP대대에서 근무 중인 정재훈(29세, 2011년 4월 임관) 중위다.
올해 임관 2년차를 맞고 있는 정 군의관은 오직 장병들이 전투임무에만 매진할 수 있도록 병사들의 건강관리에 헌신적으로 복무하고 있는 군의관으로 정평이 나 있다. 정 군의관의 하루 일과는 특이하다. 아침 6시에 기상해서 밤늦게 취침에 들어갈 때까지 정 군의관의 하루는 잠시도 쉴 틈이 없다. 정 군의관은 하루를 시작하며 밤새 소초에 특이한 환자가 없었는지 확인한다. 소초원들이 아침에 취침에 들어가기 때문에 서둘러 확인해야 한다. 그 중에 감기 몸살 등으로 치료 중인 병사들은 전화로 건강상태를 꼭 체크해야 안심이 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서둘러 아침식사를 하고 오전에는 대대 의무대에 입실해 있는 환자들을 살펴야 한다. 현재 의무대에서 치료하고 있는 입실 환자는 평균 3~4명 수준으로 허리 및 발목 염좌, 각종 염증, 간단한 외상 등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오전 진료에서 시간을 절약해야 오후에는 2개 소초를 방문하여 여유있게 순회진료를 할 수 있다. 정 군의관이 순회진료를 하는 소초는 총 13개 소초다. 휴일 없이 하루 2개 소초씩 돌아야 1주일에 한 번씩 주기적으로 진료를 봐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전 소초를 한번 순환하는데는 약 100km 이상의 거리를 이동해야 한다. 지금까지 순회 진료한 누적거리는 1000km가 넘는다.
순회진료도 그냥 나가는 것이 아니다. 필요한 약과 과거 진료했던 환자들의 진료기록도 꼼꼼히 살펴야 만이 정확히 진료하고 시간도 절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3개월을 하고 나니 정 군의관의 머릿속에는 대대 병사들의 건강수준이 어느 정도 그림이 그려질 정도다.
정 군의관은 후방대대에서 1년간의 근무를 마치고 지난 4월 GOP대대로 보직되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3개월간 하루도 거르지 않고 방문 진료를 해 왔다고 한다. “대대가 맡고 있는 전 소초를 최소한 일주일에 한번은 꼭 방문하겠다”는 자신이 세운 목표를 실천하기 위해서다. 부지런함과 성실함이 없이는 감히 엄두도 못 낼 일이다. 정 군의관은 소초 순회진료를 나가기에 앞서 방탄헬멧과 단독군장을 반드시 착용한다. 지금까지 하루도 거르지 않았다. 접적부대인 이유도 있지만, 그는 군의관도 군인이라는 생각이 먼저라고 한다.
오후에 2개 소초의 순회진료를 마치고 의무대로 복귀하면 어느덧 저녁 6시가 넘는다. GOP부대의 특성상 퇴근의 개념이 없다. 저녁시간에도 새로 입실한 환자를 돌보아야 하는 진료의 연장이다. 이처럼 무리한 일정을 소화하는 이유에 대해 정 군의관은 “장병 건강이 곧 전투력입니다. 병사들이 상시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도록 관리하는 것이 바로 제 임무입니다. 전투형 강군의 시작이라고 생각하니 한시도 소홀히 할 틈이 없습니다”라고 말한다.
며칠 전 정 군의관이 모 소초에 도착하자 순회진료를 알리는 방송과 함께 7명의 환자가 진료를 받기 위해 찾아왔다. 철책점검을 하다 철항에 무릎을 다친 병사, 두통에 시달리는 병사, 감기에 걸린 병사 등 저마다 병명은 다양하지만, 병사들의 아픈 곳을 어루만져주는 정 중위의 정성어린 손길에는 차이가 없다.
“GOP대대는 산악지형이 많아 경계작전을 펼치는 장병들에게 강한 정신력과 체력이 요구됩니다. 또한 병사들은 어려움에 직면하더라도 굴하지 않고 이겨내기 위해 노력하는 성향이 매우 강합니다. 그렇다보니 본인들이 참을 만 하다고 생각되면 그냥 참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가 찾아가서 진료를 해야겠다고 생각한 이유입니다” 정 군의관은 강인하고 자랑스런 병사들에 필요한 의료지원을 해 준다는 것이 오히려 영광스럽다고 말한다.
정 군의관은 몸에 난 상처만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병사들의 마음까지 치료해 준다. 여자친구와의 문제 때문에 생긴 고민, 병영생활간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상담을 통해 해결의 길을 마련해 준다. 외부에 보이는 상처만 치료하는 것뿐만 아니라 “모든 질병의 근원이 되는 마음의 상처도 치료해 주는 것이 군의관의 본분”이 그의 신념이기도 하다.
이제 본격적인 녹음기에 접어들면서 정 군의관은 장병 진료 이외에도 위생과 생활환경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단체생활을 하는 군 병영에서는 청결하지 못한 환경과 생활 습관에 있기 질병을 유발하기 쉽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초마다 방문진료가 끝나면 곧바로 취사장 위생상태 점검 및 생활관 주변 소독까지 일일이 체크하며 신경을 쓰고 있다.
요즘 정 군의관에게는 퇴근과 주말이란 개념도 따로 없다. 하루 24시간, 일주일 내내 경계임무를 수행하는 장병들이 있기에 그 역시 쉴 수가 없는 것이다. 야간에는 긴급하게 환자가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에 그는 항상 의무대에서 대기를 한다. 비록 자신에 몸은 피곤하지만, 중부전선 최전방을 지키는 장병들의 경계작전에 차질이 없도록 하는 것이 자신의 소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두통으로 진료를 받은 경험이 있는 예하 소초 황정민 병장(23세)은 “저희 대대 군의관님은 아무리 사소한 질병이라 하더라도 성심 성의껏 진료를 해 주십니다. 부모가 아이들 돌보듯이 언제부터 아팠는지, 생활습관은 어떠했는지, 관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자상하게 알려 주셔서인지 병도 쉽게 낫는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군의관의 헌신적인 임무 수행은 지휘관에게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대대장 손강 중령(42세)은 “정재훈 군의관이 장병들의 건강관리에 최선을 다해 주고 있어 매우 든든합니다. 부대가 행군하면 군의관도 30km의 행군에 함께 동참해 같이 걸으며 환자 상태를 살펴 주고 있습니다. 병사들도 군의관을 친형처럼 따를 정도로 진료에 대한 만족도가 높습니다. 그래서인지 소초에 가보면 병사들의 얼굴 표정에서 건강미가 넘칩니다. 대대 전투력도 좋아졌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라며 정 군의관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제 2년차에 접어든 정재훈 군의관은 “군의관들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많이 있다는 것이 너무 안타깝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군의관들은 장병들을 가족처럼 생각하고 있고, 장병 건강관리가 국가방위에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자세로 임하고 있다는 사실도 알아줬으면 좋겠습니다”라며, “전역하는 날까지 싸워서 이길 수 있는 전투력을 항시 보존할 수 있도록 임무수행에 매진하겠습니다”라고 앞으로의 각오를 말했다.
한편 정재훈 군의관은 인제대학교 의학과를 졸업했으며, 소아과 의사인 아버지를 존경해 의사의 길을 선택했다며, 전역 후에는 내과 또는 소아과를 전공하여 질병과 시름하는 형편이 어려운 환자들을 돕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