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엔 훈련, 밤엔 공부… “고마운 전우선생님”육군2사단·3기갑여단 동료가 동료 가르쳐 검정고시 ‘척척’ 합격
전반기에 육군3여단 13명·2사단 8명 경사 배우고 가르치면서 보람과 기회의 창 넓혀
군인 선생님 “고맙습니다”경기 양주시 백석중학생들이 방과 후 수업을 지원해 주고 있는 육군26사단 군인 선생님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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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가정 문제로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살아오다 도피하는 마음으로 군에 왔다. 하지만 군의 절제된 생활과 전우들의 따뜻한 배려로 ‘다시 한번 살아보자’ ‘지금이 아니면 영원히 일어설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 검정고시에 도전했다.” (육군3기갑여단 태극대대 이현우 일병·25살)
#2 ˝포기하고 싶을 때가 많았지만 같은 처지에서 검정고시를 준비하는 전우들과 개인시간까지 포기하면서 가르쳐 주는 동료 전우 선생님들의 성원으로 합격의 영광을 얻을 수 있었다. 어머니는 합격 소식을 듣고 우셨고 아버지는 태어나 처음으로 기특하다고 칭찬해 주셨다.”(육군3기갑여단 태극대대 김재용 일병·23살)
전우가 전우를 가르치고 있다. 병사들이 동료 병사들을 가르쳐 검정고시에 척척 합격시키고 있다. 오늘 15일 스승의 날이 우리 병영에서도 뜻깊게 다가온다. 이젠 군이 ‘군사부일체’(軍師父一體)로 때론 스승, 때론 부모의 역할을 해 나가고 있다.
스승의 날을 하루 앞둔 14일 오전 육군 3기갑여단 태극대대 도서관. 지난달 고졸검정 고시에 합격한 13명의 ‘제자’ 병사들이 동료 전우이자 ‘스승’인 병사들의 가슴에 빨간 카네이션을 달아줬다. 스승의 은혜 노래가 도서관에 울려 퍼졌다. 감사의 마음을 담은 제자들의 영상 편지와 전우 스승의 소감도 이어졌다.
여단은 올해 1월부터 ‘군에서 인생을 한번 바꿔보자’는 각오로 여단 이름을 딴 번개아카데미를 만들었다. 병사들이 근무를 모두 마친 일과 후 개인 저녁 시간을 활용해 희망자를 모아 도서관에서 검정고시반을 꾸렸다. 안용호 병장이 영어, 안성빈 일병이 국어, 김혁상 상병이 사회와 국사, 손우정 일병과 최성훈 일병이 수학, 신국희 일병과 김중엽 상병이 과학 선생님을 맡았다.
요일별로 매일 오후 6시부터 9시 30분까지 수업 시간표를 짜 3과목씩 공부했다. 10시부터는 2시간씩 자율학습으로 병영도서관을 훤히 밝혔다. 토요일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5과목에 대한 보강수업도 진행했다.
과학선생님 김중엽(26) 상병은 “힘든 훈련과 바쁜 일과 후 쉬고 싶은 유혹도 많았다”면서 “하지만 같은 또래의 전우가 다시 일어서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며 나는 내가 가르쳐 준 지식보다 더 많은 것을 오히려 배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육군 2사단 승공대대도 지난 3월 고졸검정 고시를 대비하는 ‘승공고등학교’ 문을 열었다. 전담 교관과 개인 멘토를 붙여 필수 6개 과목에 대한 1대1 지도와 보충 수업까지 했다. 병영도서관 승공고등학교에서 매일 저녁 3시간 수업과 2시간 야간자습을 진행했다. 지난달 전반기 검정고시에서 8명 모두가 합격하는 경사를 맞았다.
대대는 오는 22일 합격한 병사들의 부모님까지 초청해 ‘빛나는 졸업식’을 연다. 합격한 병사들에게 명예 졸업장을 수여한다. 사단장은 멘토들에게 직접 포상 휴가를 주면서 따뜻이 격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