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성과급제 예비군 훈련 가보니....'예비군 아저씨'들이 변했다?
육군5군단전우회
2011. 10. 30. 17:50
국방부는 지난해 3월 예비군 훈련에 이른바 ‘성과주의제’를 도입했다.
출퇴근 교육을 받는 동원미지정자 참가 훈련의 경우 당일 교육성적을 체크해 우수 성적자와 분대를 대상으로 한 시간가량 빠른 오후 4시에 조기퇴근을 시켜주는 것이다.
성과주의제의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서바이벌 모의전투 등 첨단화 훈련 도입은 물론 각 동대 교관들이 돌아가며 점수를 매기는 방식으로 운영한다.
또 핸드폰 반납에는 가산점을 주고 지각에는 벌점을 주는 식으로 예비군들의 능동적인 참여를 높이는 방안도 도입됐다.
때마침 예비군 훈련일정을 통고받은 기자가 성과주의제 도입 후 현장 분위기를 살펴보았다.
◇이등병 같은 예비군, 자진해서 핸드폰 반납도
오전 8시께 서울 서초구 내곡동 인릉산 자락에 위치한 강남·서초지역 예비군 훈련소에 하나 둘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말 한마디, 손가락질 하나로 내무반을 주름잡던 왕년의 병장들은 예비역만이 걸을 수 있다는 그 대단한 걸음걸이와 모든 고민을 짊어진 표정으로 연병장을 향해 모였다.
“선배님들, 다 드신 커피와 담배꽁초는 쓰레기통에 버려주시겠습니다”
‘선배님’을 부르짖으며 우리 뒤를 졸졸 쫓아다니는 ‘후배’ 군인들의 잔소리에 만감이 교차하는 씁쓸한 미소로 답하며 총이니, 철모 따위의 장비를 받아 자리에 앉았다.
서로의 팔뚝에 박힌 부대표시를 재빠르게 눈으로 스캔하며 분위기 파악을 마친 예비군들은 받아 든 훈련일정을 읽기 시작했다.
빠른 속도로 일정을 읽어 내려가던 예비군들의 눈길이 오후 4시로 예정된 ‘우수분대 조기퇴소’ 항목에 멈췄다.
잠시 후 본격적인 훈련이 시작됐다. 그런데.
기합이 잔뜩 들어간 저 외침소리는 기초훈련을 받는 훈련병들이나 ‘짬’ 안되는 이등병들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바로 훈련 열의에 가득 찬 우렁찬 예비군의 포효였다.
◇성과급제 도입 1년, 훈련의 다양화와 질적 성장
눈에 띄는 것은 우선 훈련이 질적으로 성장하고 다양화됐다는 점이다.
사격훈련의 경우 2차대전 때나 쓰던 카빈총을 거의 없애 실질적인 사격훈련을 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서바이벌 전투훈련도 진행됐다. 예비군들끼리 공·수를 나눠 페인트탄으로 모의전투를 하는 훈련이다.
기업체의 극기훈련이나 대학생들의 엠티 프로그램으로 많이 진행됐지만 실제 훈련효과가 좋아서 군에서 도입했다고 한다.
긴장되는 마음으로 사격장에 들어섰다. 총이라면, 대한민국 1% 군인으로서(기자는 카투사 헌병대 출신) 거짓말 보태 수만 발 쏴봤기에 문제될게 없었지만 고요한 긴장감마저 흐르는 사로에서는 목구멍에 침 넘어가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개포동 소대 우수분대는 4분대!” 교관이 말이 떨어지자마자 내 옆사람이 환호성을 지른다. 우리 분대가 뽑힌 것이다. 기자도 조기퇴근의 ‘영예’를 누리게 된 마음에 예정에 없던 선물이라도 받은 기분이 들었다.
◇확대되는 예비군 훈련, 여전히 극복되지 못한 근본적 문제
물론 몇 가지 변화로 예비군 훈련의 근본적인 병폐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우선 다수의 예비군들은 먹고 살기 힘든 이때에 일을 놔두고 참석하는 것이 불만이었다.
증권사에서 펀드매니저로 일한다는 한 예비군은 “매일 시장 변화를 바쁘게 확인하고 대응해야 하는데 말도 안되는 훈련 때문에 놓치게 되는 것들이 많아 걱정이다”고 말했다.
예비군 훈련이 과연 근본적으로 필요가 있는 훈련이냐는 것에는 여전히 물음표를 달수밖에 없는 이유다.
관습적인 병폐인 군납비리에서도 예비군은 여전히 자유롭지 못하다. 인터넷을 조금 찾아보면 쉽게 사진으로 볼 수 있는 예비군의 식사는 도저히 제 값을 다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기자가 참여한 강남·서초지역 예비군 교육을 담당한 한 교관은 “납품 비리가 있는 것은 여전한 사실이라고 생각한다"며 "예비군이 변하고 있다지만 아직은 눈을 다 뜨지 못한 조직”이라고 밝혔다.
또 “급식을 통째로 민간업체에 맡긴다 해도, 15년 이상씩 초장기 계약을 하지만, 그에 비해 향후 품질, 단가 관리는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훈련이 진행된 3일동안 한 끼에 5000원을 주고 사 먹어야 하는 식사의 만족도는 상당히 떨어졌다. 독점 공급업체 요구로 PX 마저 없앤 상황에서 예비군들의 불만은 그 크기를 더했다.
예비군 훈련의 문제점이 지적돼 온 것은 하루 이틀의 문제는 아니다. 그저 ‘예비군 가오’ 한번 잡고 교관 말 안 듣고 ‘삐대다’ 오면 되는 것이 그동안의 예비군 훈련이었다.
예산은 국방예산으로 집행되고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 곳에 돈은 계속 지출됐다.
눈먼 돈이 늘어나자 예비군 관련예산의 집행과정은 군납비리 등 크고 작은 비리와도 자연스레 연결될 수밖에 없었다.
예비군 훈련 자체의 필요성에 대한 논의는 아예 제대로 진행조차 되고 있지 않다.
그러나 앞으로 예비군 훈련은 그 규모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한 예비군 관계자는 “성과급제 성공에 이어 내년부터 자신이 복무한 부대로 예비군 훈련을 보내는 등 훈련효과를 높이기 위한 제도들을 도입할 예정”이라며 “4박5일 동원예비군 훈련 등 2020년까지 단계적으로 예비군 훈련을 확대해 양적·질적으로 훈련성과를 높힐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예비군은 사회적으로 활용도가 높은 필요자원이므로 훈련과 교육이 절대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자가 참여해본 결과 ‘성과급제’ 도입 이후 예비군 훈련 현장에서의 긍정적인 변화를 분명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운영을 위한 인프라 구축없이 구성원들의 단편적 인식 변화를 근본적인 성공으로 여기고 예비군 훈련을 확대한다면 그 부작용은 지금보다 더 심각하게 나타날지 모르는 일이다.
이로 인해 이 같은 예비군의 현실을 개선하려는 국방부 노력도 가시화 되고있다.
국방부는 내년부터 예비군에 대한 질적 지원을 크게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급식 질을 높이고 위생관리를 철저히하며 전투장구류 지원도 확대하는 내용이다.
우선 현재 예비군에게 지원되는 식비 5000원을6000원으로 인상한다. 내년부터 예비군은 교통비 4000원을 합쳐 훈련실비 1만원을 받는다.
급식과정의 위생관리도 크게 강화된다. 전국 각 지역별 식약청과 복지단, 군 감찰 관계기관으로 구성된 합동위생 점검반을 꾸려 급식업체에 대한 위생관리를 철저히 한다.
2015년까지 예비군의 전투장구류 수요를100% 지원해나간다. 이를 위해내년에 113억원을 들여 부족한 방탄헬멧, 방독면 등을 확보한다.
출퇴근 교육을 받는 동원미지정자 참가 훈련의 경우 당일 교육성적을 체크해 우수 성적자와 분대를 대상으로 한 시간가량 빠른 오후 4시에 조기퇴근을 시켜주는 것이다.
성과주의제의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서바이벌 모의전투 등 첨단화 훈련 도입은 물론 각 동대 교관들이 돌아가며 점수를 매기는 방식으로 운영한다.
또 핸드폰 반납에는 가산점을 주고 지각에는 벌점을 주는 식으로 예비군들의 능동적인 참여를 높이는 방안도 도입됐다.
때마침 예비군 훈련일정을 통고받은 기자가 성과주의제 도입 후 현장 분위기를 살펴보았다.
◇이등병 같은 예비군, 자진해서 핸드폰 반납도
오전 8시께 서울 서초구 내곡동 인릉산 자락에 위치한 강남·서초지역 예비군 훈련소에 하나 둘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말 한마디, 손가락질 하나로 내무반을 주름잡던 왕년의 병장들은 예비역만이 걸을 수 있다는 그 대단한 걸음걸이와 모든 고민을 짊어진 표정으로 연병장을 향해 모였다.
“선배님들, 다 드신 커피와 담배꽁초는 쓰레기통에 버려주시겠습니다”
‘선배님’을 부르짖으며 우리 뒤를 졸졸 쫓아다니는 ‘후배’ 군인들의 잔소리에 만감이 교차하는 씁쓸한 미소로 답하며 총이니, 철모 따위의 장비를 받아 자리에 앉았다.
서로의 팔뚝에 박힌 부대표시를 재빠르게 눈으로 스캔하며 분위기 파악을 마친 예비군들은 받아 든 훈련일정을 읽기 시작했다.
빠른 속도로 일정을 읽어 내려가던 예비군들의 눈길이 오후 4시로 예정된 ‘우수분대 조기퇴소’ 항목에 멈췄다.
![]() |
안내문의 ‘조기퇴소 요건’ 이 눈에 띄었다 |
항목에는 핸드폰 반납 시, 우수한 훈련성적 등 조기퇴근자 선정을 위한 가산제도가 나열돼 있었다.
눈치를 보던 사람들이 어느새 슬쩍 핸드폰들을 꺼내 반납하기 시작했다.
잠시 후 본격적인 훈련이 시작됐다. 그런데.
“분대장조 약진 앞으로!” “와아아!!”
기합이 잔뜩 들어간 저 외침소리는 기초훈련을 받는 훈련병들이나 ‘짬’ 안되는 이등병들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바로 훈련 열의에 가득 찬 우렁찬 예비군의 포효였다.
◇성과급제 도입 1년, 훈련의 다양화와 질적 성장
눈에 띄는 것은 우선 훈련이 질적으로 성장하고 다양화됐다는 점이다.
사격훈련의 경우 2차대전 때나 쓰던 카빈총을 거의 없애 실질적인 사격훈련을 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서바이벌 전투훈련도 진행됐다. 예비군들끼리 공·수를 나눠 페인트탄으로 모의전투를 하는 훈련이다.
기업체의 극기훈련이나 대학생들의 엠티 프로그램으로 많이 진행됐지만 실제 훈련효과가 좋아서 군에서 도입했다고 한다.
긴장되는 마음으로 사격장에 들어섰다. 총이라면, 대한민국 1% 군인으로서(기자는 카투사 헌병대 출신) 거짓말 보태 수만 발 쏴봤기에 문제될게 없었지만 고요한 긴장감마저 흐르는 사로에서는 목구멍에 침 넘어가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괜히 차오르는 숨을 참고 간신히 6발의 총알을 모두 표적에 맞췄다. 합격.
어느 덧 오후 4시. 우수분대와 우수자를 발표하는 시간이 됐다. 아침에는 별거 아니라는 듯 비웃던 사람들도 막상 발표시간이 되니 은근히 기대하는 눈치다. 아니, 조기퇴근을 못하게 되면 엄청 실망할 것같은 얼굴들이다.
“개포동 소대 우수분대는 4분대!” 교관이 말이 떨어지자마자 내 옆사람이 환호성을 지른다. 우리 분대가 뽑힌 것이다. 기자도 조기퇴근의 ‘영예’를 누리게 된 마음에 예정에 없던 선물이라도 받은 기분이 들었다.
다음 날부터는 조기퇴근을 위한 눈치싸움이 시작됐다. 훈련할 때 순간적으로 바짝 집중하는 것을 옆에서 봐도 느낄 수 있었다.
|
더이상 '을씨년스러운' 예비군의 모습을 보게되지 않을 수도 있다 |
현장의 분위기는 긍정적이다. 3일간 같이 참석한 예비군 성모씨(28)는 “뭐하는지도 모르고 마냥 시간을 보내는 것 보다 나은 것 같다”고 말했다. 현역 조교와 예비군 교관들도 “훈련 분위기가 훨씬 좋아졌다”며 반기는 분위기다.
◇확대되는 예비군 훈련, 여전히 극복되지 못한 근본적 문제
물론 몇 가지 변화로 예비군 훈련의 근본적인 병폐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우선 다수의 예비군들은 먹고 살기 힘든 이때에 일을 놔두고 참석하는 것이 불만이었다.
증권사에서 펀드매니저로 일한다는 한 예비군은 “매일 시장 변화를 바쁘게 확인하고 대응해야 하는데 말도 안되는 훈련 때문에 놓치게 되는 것들이 많아 걱정이다”고 말했다.
예비군 훈련이 과연 근본적으로 필요가 있는 훈련이냐는 것에는 여전히 물음표를 달수밖에 없는 이유다.
관습적인 병폐인 군납비리에서도 예비군은 여전히 자유롭지 못하다. 인터넷을 조금 찾아보면 쉽게 사진으로 볼 수 있는 예비군의 식사는 도저히 제 값을 다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기자가 참여한 강남·서초지역 예비군 교육을 담당한 한 교관은 “납품 비리가 있는 것은 여전한 사실이라고 생각한다"며 "예비군이 변하고 있다지만 아직은 눈을 다 뜨지 못한 조직”이라고 밝혔다.
또 “급식을 통째로 민간업체에 맡긴다 해도, 15년 이상씩 초장기 계약을 하지만, 그에 비해 향후 품질, 단가 관리는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훈련이 진행된 3일동안 한 끼에 5000원을 주고 사 먹어야 하는 식사의 만족도는 상당히 떨어졌다. 독점 공급업체 요구로 PX 마저 없앤 상황에서 예비군들의 불만은 그 크기를 더했다.
예비군 훈련의 문제점이 지적돼 온 것은 하루 이틀의 문제는 아니다. 그저 ‘예비군 가오’ 한번 잡고 교관 말 안 듣고 ‘삐대다’ 오면 되는 것이 그동안의 예비군 훈련이었다.
예산은 국방예산으로 집행되고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 곳에 돈은 계속 지출됐다.
눈먼 돈이 늘어나자 예비군 관련예산의 집행과정은 군납비리 등 크고 작은 비리와도 자연스레 연결될 수밖에 없었다.
예비군 훈련 자체의 필요성에 대한 논의는 아예 제대로 진행조차 되고 있지 않다.
그러나 앞으로 예비군 훈련은 그 규모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한 예비군 관계자는 “성과급제 성공에 이어 내년부터 자신이 복무한 부대로 예비군 훈련을 보내는 등 훈련효과를 높이기 위한 제도들을 도입할 예정”이라며 “4박5일 동원예비군 훈련 등 2020년까지 단계적으로 예비군 훈련을 확대해 양적·질적으로 훈련성과를 높힐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예비군은 사회적으로 활용도가 높은 필요자원이므로 훈련과 교육이 절대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자가 참여해본 결과 ‘성과급제’ 도입 이후 예비군 훈련 현장에서의 긍정적인 변화를 분명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운영을 위한 인프라 구축없이 구성원들의 단편적 인식 변화를 근본적인 성공으로 여기고 예비군 훈련을 확대한다면 그 부작용은 지금보다 더 심각하게 나타날지 모르는 일이다.
이로 인해 이 같은 예비군의 현실을 개선하려는 국방부 노력도 가시화 되고있다.
국방부는 내년부터 예비군에 대한 질적 지원을 크게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급식 질을 높이고 위생관리를 철저히하며 전투장구류 지원도 확대하는 내용이다.
우선 현재 예비군에게 지원되는 식비 5000원을6000원으로 인상한다. 내년부터 예비군은 교통비 4000원을 합쳐 훈련실비 1만원을 받는다.
급식과정의 위생관리도 크게 강화된다. 전국 각 지역별 식약청과 복지단, 군 감찰 관계기관으로 구성된 합동위생 점검반을 꾸려 급식업체에 대한 위생관리를 철저히 한다.
2015년까지 예비군의 전투장구류 수요를100% 지원해나간다. 이를 위해내년에 113억원을 들여 부족한 방탄헬멧, 방독면 등을 확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