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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무기 이야기 천자총통에서 K9 자주포까지

육군5군단전우회 2011. 9. 4. 23:39

국내 생산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박정희 대통령 주도의 ‘번개사업’이 시작된 것이다. 제대로 된 도면 하나 없이 역설계를 통한 M101 모방 개발이 진행됐고, 마침내 1973년 3월 대한중기 구로동 공장에서 시제품이 완성됐다. 그해 6월25일에 박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106㎜ 무반동총, 4.2인치 박격포, 105㎜ 곡사포 등 국산무기 시제품 시사회가 열렸다. 정밀가공기술 기반이 전무했던 당시에는 기적이나 다름없었다. 성공적으로 시범 사격을 마친 뒤 그해 12월 백령도에 처음으로 배치됐다.

곡사포 개발에 냉담했던 미국은 한국이 105㎜ 곡사포 개발에 성공하자 태도를 바꿨다. M101 곡사포 설계도 제공을 제안한 것이다. 그러면서도 ‘해외 수출 시 미국과 협의할 것’이란 단서조항을 달았다.

이후 한국은 미국으로부터 M101 곡사포를 포함한 각종 병기의 도면 등 기술자료를 입수해 기반시설을 갖춘 뒤 1977년부터 KM101A1을 생산했다. 이 포는 지금도 일반 보병사단의 주력 화포로 사용되고 있다. M101A1은 현재 58개국에서 운용 중이며, 한국은 탄약 및 문수에서 세계 최대의 양을 보유하고 있다. 육군 관계자는 “KM101A1 등 105㎜포는 아직 전국 군부대에 2000여 문 이상이 남아 있고, 포탄도 100만발 이상이 저장돼 있다”고 말했다.

국방과학연구소는 KM101의 국내 생산에 만족하지 않고 독자적인 신형 105㎜ 곡사포 개발에 나섰다. 바로 KH-178 견인포다. K는 ‘코리아’, H는 ‘곡사포(Howitzer)’, 1은 최초, 78은 개발시작 연도를 각각 뜻한다. 이 곡사포는 사거리가 14.7㎞로, M2·M101 계열의 11.2㎞보다 더 길다.

해외 수출을 고려해 1985년에 1개 대대가 전력화됐지만 수출상담이 없었고, 155㎜ 중구경 화포인 KH-179가 개발되자 포신이 길어 경포로서의 장점을 살리지 못한다는 이유로 2000년에 구형 105㎜로 교체됐다. 현재 비축물자로 보관 중인데 ‘비운의 화포’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