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해피해 전북 정읍, 휴가 포기한 현역 군인.중고등학생 등 온정
집중호우 피해를 당한 전북 정읍지역에 하루 천여명에 달하는 자원봉사자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자신의 일도 잊은 채 수해복구 활동에 동참하고 있는 이들이 있어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
특히 대구에서 군 복무 중 휴가를 나온 현역 군인이 여자친구와 함께 주민을 도운 사연도 뒤늦게 알려졌다.
18일 정읍 산외면 주민들에 따르면 수해복구 이틀째인 지난 11일 휴가 중인 한 군인이 여자친구와 함께 수해복구 현장에서 구슬땀을 흘렸다.
육군 제21항공단 206대대 소속인 김현기 상병은 이날 여자친구가 수해 피해를 당한 산외면으로 봉사활동을 가겠다는 말에 흔쾌히 동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주민은 "이 군인이 온종일 복구활동을 하느라 군복이 진흙으로 뒤범벅돼 군복 입은 그대로 호스로 물을 뿌려 씻어 줬다"며 "소중한 휴가일 텐데 지저분하고 힘든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함께 일해 줘 큰 힘이 됐다"고 흐뭇해했다.
다른 자원봉사자도 "수해복구 둘째날이라 정말로 힘든 상황이었는데 여자친구와 함께 와 기분좋게 일하고 가는 모습이 정말 보기 좋았다"고 맞장구를 쳤다.
군인뿐 아니라 자발적으로 수해복구 현장을 찾은 어린 학생들도 있어 주민들에게 큰 위안이 됐다.
지난 16일 전주 양지중학교 자원봉사 동아리 '호프' 소속 7명의 학생이 스스로 복구활동에 나섰다.
이 동아리 회장 소현 양(16)은 "많은 비가 내려 주민들이 힘들어 한다는 뉴스를 보고 가만히 있을 수 없어 친구들과 함께 찾아왔다"며 "수해복구 봉사활동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피해를 입은 분들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됐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수줍게 웃었다.
또 미국의 한 고등학교에 유학하고 있다가 방학 중 잠시 한국을 찾은 고3 학생도 복구현장에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경기도 용인에 살고 있는 이호 군(19)은 "수해를 입어 농사 망치고 큰 피해를 입은 것을 보고 정말 안타까워 오지 않을 수가 없었다"며 "마을에 오면서 무너진 집과 황폐해진 논밭을 제 눈으로 봤지만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심각해 가슴이 아팠다"고 말했다.
집중호우로 심각한 수해 피해를 입은 정읍지역에는 하루 평균 자원봉사자 300여명을 비롯해 공무원과 경찰, 군인 등 1000여명이 복구를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정읍지역은 수해복구 8일째를 넘어서면서 농가 피해 등은 상당수 복구가 진척되고 있지만 하천과 제방, 논밭 등에 대한 피해복구는 더뎌 자원봉사자들의 소중한 발길이 절실한 형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