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쟁은 결코 끝나지 않았다” 유엔사 군사정전위원회 수석대표 이양구 육군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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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양구 소장 프로필 |
“60여 년 전 우리를 돕기 위해 숭고한 피를 흘린 유엔군의 헌신과 정전협정 조인 이후에도 우리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그들이 보여준 희생을 기억하고 감사해야 합니다.”
정전협정 체결 58주년을 앞둔 26일 서울 용산구 유엔군사령부 본청 사무실에서 만난 이양구(육군소장ㆍ사진) 유엔사 군사정전위원회 수석대표의 말이다.
1953년 7월 27일에 체결된 ‘한국 군사 정전에 관한 협정’에 따라 구성된 기구로 협정 시행 상황을 감독하고 이에 대한 위반 사항을 협의ㆍ처리하는 임무를 맡고 있는 군사정전위원회의 유엔군 측 최고 책임자인 이 수석대표는 정전협정은 단지 전쟁을 잠시 중단한 것뿐이지 결코 끝나지 않았다는 의미라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이 수석대표는 “58년간 정전체제가 유지됐다고 해서 전쟁이 발발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라며 “지난해 천안함 피격사건과 연평도 포격도발 등에서 북한의 대남전략을 확인하듯이 우리는 힘의 우위를 바탕으로 전쟁을 방지하기 위해 우리 힘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는 정전협정 체결 58주년이 되는 해다. 또 정전협정을 위한 첫 회담(1951년 7월 10일)이 열린 지도 60년이 됐다. 유엔사 군정위 수석대표로서 느낌이 남다를 것 같다.
“6·25전쟁은 남북한 간의 내전이자 유엔회원국 16개국과 중공군이 참전한 국제전이었다. 1953년 7월 27일 양측의 군 최고사령관이 서명한 정전협정은 전쟁을 수행 중인 교전 쌍방 군사령관들 사이에 상호 전투 등 적대행위나 무장행동의 일시적·잠정적 중지 등에 합의하는 순수 군사적 성격의 협정이다. 1953년 이래 정전상태의 한반도는 남북간에 무력충돌과 교류협력이 병존하고 있다. 오늘 정전협정 체결 58주년을 맞이해 북한은 더 이상 무모한 도발을 중지하고 정전협정 체제로 복귀할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
-군정위 수석대표가 맡는 일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유엔군사령관의 지침에 따라 평시에 정전협정 유지와 관리를 위한 제반 활동을 기본 업무로 수행하고 있다. 특히 북한의 정전협정 위반사례가 발생하면 수석대표는 군정위에 유엔사 회원국 연락장교단을 포함한 다국적 특별조사팀을 구성해 조사한다. 수석대표는 유엔사 소속이기 때문에 일상적으로 진행되는 군정위 업무에 대해서는 유엔군사령관 지침을 따라 업무를 수행하지만, 대한민국의 국익과 관련된 주요 현안이 발생하면 국방부와 긴밀한 협조를 통해 우리나라의 국익이 반영되도록 노력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북한의 군정위 무실화 기도에도 불구하고 지난 58년간 군정위는 한반도 안보와 평화에 크게 기여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일들이 있었나?
“북한군은 1991년 한국군 장성(황원탁 소장)을 유엔사 측 군정위 수석대표로 임명한 것을 빌미로 정전체제를 무력화시켜 유엔사 해체와 주한미군 철수를 유도하기 위해 1994년에 일방적으로 판문점 대표부를 설치하고 조·중 연합군 측 군정위를 해체해 중국인민군 대표를 축출했다. 북한은 정전협정 체결 이후에 수많은 정전협정 위반행위를 자행했다. 북한에 의한 중대한 정전협정 위반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군정위는 판문점에서 북한군과 대화를 통해 사건 확대를 방지하고 국제사회에 이를 투명하게 알림으로써 한반도 안정과 평화에 크게 기여해 오고 있다.”
-북한의 군사적 위협이 날로 증대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정전협정 감독을 책임지고 있는 군정위 수석대표의 활동은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이후 유엔사와 군정위의 역할에 대한 관심이 많다.
“전작권 전환과 그에 따른 한미연합사 해체 문제 등은 유엔사의 위상 문제와 직접적인 상호 연관성이 없다. 유엔사는 유엔 안보리 결의에 의거해 설치된 기구로서 한미 연합사와는 설립근거가 전혀 다르다. 따라서 전작권 전환과 관련해 유엔사와 군정위의 위상이나 임무 변화는 있을 수 없다. 단지 전작권 전환과 연계한 전략적 상황을 고려해 보다 효율적으로 정전관리를 위한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한미동맹을 중심으로 유엔사 회원국들과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 특히 을지프리덤가디언(UFG)연습 등 한미 연합 군사 연습ㆍ훈련 참관 확대, 유엔사 회원국 대사 등 대표들과의 정례적인 회의 등을 통해 이들 국가들이 유엔사 회원국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올해는 유엔사 군정위 수석대표를 한국군 장성이 맡기 시작한 지 20년이 되는 해다. 한국군이 수석대표를 맡게 된 의의와 그동안의 성과를 평가한다면.
“1991년 유엔군사령관은 당사국인 한국의 적극적인 참여를 보장하기 위해 한국군 장성을 유엔사 측 국정위 수석대표로 임명했다. 특히 매월 수석대표 주관으로 여는 군정위 자문단회의는 정전협정 관련 제반사항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상호 이해의 공감대 확대는 물론, 북한의 도발을 예방하기 위해 지혜를 모으는 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아울러 한국군 장성이 수석대표로 활동함으로써 유엔사와 우리 국방부 간에 보다 유기적으로 협조할 수 있는 업무채널이 구축됐다. 유엔사 회원국들, 중감위 국가들과도 정전협정 당사국으로서 보다 주도적으로 책임 있는 의견을 교환함으로써 상호 신뢰의 폭을 넓히는 성과를 가져 왔다.”
-수석대표께서 바라보는 북한의 대화 의지는?
“지난해 천안함 피격사건 시 우리는 북한에게 진정한 사과를 요구했고 이를 위해 9차례의 비서장(대령급)회의를 판문점에서 가진 바 있다. 하지만 이 회의를 통해 체제유지를 위한 선전의 일환으로 대화에 나서는 북한의 의도를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북한군은 그들이 필요한 사안이 발생할 경우 유엔사와 적극적으로 대화를 하려고 한다. 현재도 유엔사 군정위와 북한군 판문점 대표부 간 대화는 수시로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대화에서 진정성을 찾아보긴 힘들다.”
-취임 이후 중점적으로 추진해 온 과제나 앞으로 수석대표직을 수행하면서 이루고자 하는 계획이 있다면?
“지금 한반도는 전략적으로 중요한 전환의 시기다. 무엇보다도 안정적인 정전체제 유지를 위해 지혜를 모으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유엔사와 군정위와 관련된 사안들에 대해 유엔사와 우리 국방부 간 효율적으로 교량역할을 하려고 한다. 지금 한미 간에는 상호 이해의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긴밀히 협조하고 있다. 수석대표로서 유엔사 회원국과 중감위 요원들에게 적극적으로 신뢰관계를 유지해 유사시 국제사회의 지지를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 군사정전위원회란?
군사정전위원회는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에 의거해 설치된 기구로 정전체제를 운영하고 유지하는 실질적 기구다. 즉, 군정위는 정전협정 이행을 감독하고 정전협정 위반 사건을 협의하고 처리하며, 정전협정의 수정이나 증보에 대해 쌍방 최고사령관에게 건의하고 필요한 절차 또는 규정을 채택하는 등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군정위는 위원장이 없는 공동조직체로서 총 10명으로 구성하되 5명은 유엔군사령관이, 5명은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과 중국인민지원군사령관이 임명하도록 규정돼 있다. 군정위 회의는 어느 일방의 요청에 의해 비무장지대 내에 위치한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에서 열리며 회의에는 본회의, 비서장회의, 참모장교회의, 공동일직장교회의 등이 있다. 본회의에서는 정전협정 이행을 감독하고 주요 정전협정 위반사항에 대해 협의·처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