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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멘토멘티 육군1107공병단 백현 일병·김선만 대위

육군5군단전우회 2011. 7. 3. 21:19

군에서 쏘아올린 것은 `희망'이었다

 

오랜 방황을 접고 군에서 새로운 희망을 쏘아올린 육군1107공병단 약진부대 백현(오른쪽) 일병과 그의 멘토 김선만 중대장
이 양궁선수용 활을 살펴보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병사들 중에는 군 입대와 함께 그동안 키워왔던 희망을 잠시 접어두는 이들이 적잖다. 군은 희망을 키우기엔 너무 척박한 곳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일까.

하지만 육군1107공병단 약진부대 백현(25) 일병의 사례를 보면 이런 생각이 흔들릴지도 모르겠다. 백 일병은 긍정적인 생각과 행동, 그리고 따뜻한 손을 내민 멘토의 도움을 받아 군에서 새로운 희망을 쏘아올렸기 때문이다.

입대 무렵 백 일병의 인생은 방황 그 자체였다. 고교 시절부터 전국 양궁대회 1위를 휩쓸며 유망주로 주목받았지만 대학 진학 후 깊은 슬럼프에 빠졌다.

그를 스카우트한 대학도 더 이상 장학금을 못 주겠다고 통보해 왔다. 대학 졸업과 동시에 인생의 전부였던 양궁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눈앞이 캄캄했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

뚜렷한 삶의 방향을 잡지 못한 채 닥치는 대로 아르바이트를 하며 세월을 허비하다 지난해 8월 늦은 나이로 입대했다.

시련은 혼자 오지 않았다. 의지했던 여자친구가 입대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이별을 통보해 왔다. 안 그래도 말이 없던 백 일병은 더욱 입을 굳게 다물었다. 그때 다가온 사람이 김선만(대위·학사49기) 중대장이었다.

“소대장으로부터 백 일병이 여자친구 문제로 고민 중이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낮에는 공사감독을 위해서 현장을 주로 다니기 때문에 밤시간에 면담을 해 봤습니다. 그저 성격이 차분한 친구라고만 생각했는데 의외로 고민이 깊더군요.”

오랜 대화 끝에 백 일병의 방황을 알게 된 김 중대장은 “집중하고 싶은 일을 정하고 거기에 전념하면 잡념이 사라질 것”이라며 “적당한 목표를 찾아볼 것”을 권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우연이라기엔 너무나 기막힌 ‘작은 기적’이 백 일병에게 찾아왔다.

강원도양궁협회로부터 지난달 초 강원 평창에서 열린 ‘2011 강원도민체전’에 출전해 보지 않겠느냐는 연락이 온 것.

원주시 대표로 출전하려던 한 선수가 갑작스럽게 출전하지 못하자 선수시절 백 일병을 알던 협회 관계자가 급히 그를 찾은 것이었다.

말할 수 없이 반가웠지만 백 일병은 선뜻 수락하기가 힘들었다. 현역 군인 신분인 데다 활을 놓은 지 벌써 1년 반이 넘었기 때문이다.

이때 김 중대장이 나섰다. 백 일병에게 용기를 불어넣어 주는 한편 현역 신분으로 출전할 수 있는 방법도 발벗고 알아봐 줬다.

파견 방식을 검토했지만 소속 문제로 힘들자 정구호(중령) 대대장이 포상휴가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출전하게 됐다. 포상휴가에 4박5일간의 본인 휴가를 더해 닷새는 집중훈련에, 닷새는 대회 출전에 쏟았다.

김 중대장을 비롯해 대대장, 전 장병들의 뜨거운 격려에 부응하기 위해 백 일병은 닷새간 손과 얼굴에서 피가 배어 나올 정도로 훈련에 몰두했다. 출전 준비부터 꼼꼼히 챙겨준 김 중대장은 코치에게 전화를 걸어 백 일병에 대한 관심을 부탁했고 백 일병에게도 매일 전화를 걸어 컨디션을 점검하고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누구도 그가 입상하리라곤 기대하지 않았다. 공백기가 너무 길었기 때문이다.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백 일병은 90m와 30m 1위, 70m와 50m에서 2위를 차지해 개인종합 1위라는 믿기 힘든 성적을 올렸다. 무엇이 이런 기적 같은 일을 가능케 했을까.

“평소 부대에서 매일 한 시간씩 집중적으로 체력을 단련하고 야간에 추가로 운동을 한 덕분에 체력은 일정 수준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입대 전만 해도 어떻게든 10점을 맞추려고 아등바등댔지만 이번에는 점수에 집착하지 않고 편안한 마음으로 쐈더니 오히려 더 잘 맞더군요. 무엇보다 대대장·중대장님과 전우들의 응원이 큰 힘이 됐습니다.”

 복귀 후 백 일병은 부대에서 유명인사가 됐다. 과거의 방황은 모두 씻고 임무수행에도 더욱 열중해 최근 실시된 M-60 공용화기 집체교육에서 1등을 차지하기도 했다. 양궁에 대한 희망도 다시 품게 됐다.

“우울한 저를 위로하려고 농담도 걸어 주고 늘 자상하게 보살펴 주신 중대장님 덕분에 군은 제게 새로운 삶을 살게 해 준 제2의 고향이 됐다”는 백 일병은 “대대장님·중대장님, 그리고 우리 중대 가족 모두에게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고맙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리고 “이제부터 양궁 선수로서 다시 시작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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