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7탄약창 이원춘 일병 군무이탈자서 특급전사로 거듭나다
오랜 방황을 끝내고 군무이탈자에서 특급전사로 거듭난 육군7탄약창 이원춘(오른쪽 둘째) 일병이 부대 간부로부터 사격 |
대한민국 육군에는 올해 나이가 37세인 현역 병사가 있다? 없다?
대부분 육군 병사들은 20대 초중반. 20대 후반만 돼도 도드라져 보이는 군에서 30대 후반 병사는 말도 안된다고 코웃음을 칠 법 하지만 분명히 육군에는 37세 병사가 ‘있다’.
육군탄약지원사령부 7탄약창 이원춘 일병이 주인공. 이 일병은 단순히 육군 최고령 병사가 아닌, 아픈 과거를 딛고 특급전사로 거듭난 인간승리의 주역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모으고 있다.
육군 규정상 이 일병은 현역 복무를 할 수 없는 나이다. ‘어떻게 현역병이 됐을까’란 의문이 생기는 것은 당연한 일.
그는 무려 16년 6개월간 군무이탈한 후 자수, 아픈 과거를 씻어내기 위해 복무 중인 ‘다시 돌아온 용사’다.
이 일병은 1994년 한순간의 판단 잘못으로 군무이탈했다. 그 대가는 혹독했다.
모든 범죄 행위에는 공소시효가 있지만 군무이탈의 경우 ‘명령위반죄’를 적용, 매년 복귀명령이 내려진다. 이를 통해 공소시효가 계속 연장되는 것. 이에 따라 이 일병은 공식적인 사회생활을 전혀 할 수 없었다.
일용직 외에 직장생활이 불가능한 것은 물론 은행거래를 할 수 없어 지인을 통해 금융거래를 시도하다 사기를 당하는 등 말로 설명하기 힘든 고초를 겪었다.
오랜 세월 고통을 겪다 이 일병은 마침내 지난해 11월 자수를 결심했다. 죗값을 치르고 남은 인생을 떳떳하게 살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후 군사법원 재판에서 ‘24개월 복무’라는 판결을 받고 올 1월 11일 7탄약창으로 전입신고를 했다.
이후 이 일병은 그동안의 세월을 만회하려는 듯 부대생활에 최선을 다했다.
부대장을 비롯한 전 장병의 배려와 관심 속에 지난 4월 치러진 특급전사 선발대회에서 당당히 특급전사로 선발됐다.
도피생활 당시 교통사고를 당하고도 제대로 치료받지 못해 허리가 아픈 탓에 처음에는 윗몸일으키기도 5개 밖에 못했고 공포감 때문에 사격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하지만 거듭된 훈련으로 부대 관계자들이 더 놀랄 정도로 눈부신 발전을 보인 끝에 특급전사 휘장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부대는 이 일병이 순조롭게 부대에 적응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는 것은 물론 전역 후에도 민주시민으로서 제 역할을 해낼 수 있도록 국가기술자격시험 응시 등 사회 적응력 배양에도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김형철(대령) 7탄약창장은 “자신의 과오를 뉘우치고 돌아와 국민의 의무를 다하는 이 일병이 다른 군무이탈 장병들에게 귀감이 됨은 물론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국방’을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며 “이 일병이 남은 군 생활 동안 더 많은 자기 계발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