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7군단 `전장극복훈련' 개인·팀단위 생존 대처능력 배양 “내가 살아야 부하들이 산다”
후문 초소 탈취 임무를 부여받은 간부 교육생들이 전술행동에 돌입하기 전 목표 타격을 위한 작전회의를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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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박 2일의 전장극복훈련에 참가한 간부 교육생들이 적의 포로가 된 상황에서 안대로 눈을 가린 채 정신적 공포감을 체험하고 |
인간의 체력과 정신력의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지난 15·16일 육군7군단 전장극복 훈련장에서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는 훈련이 펼쳐졌다. 무박 2일에 걸쳐 진행된 군단의 강도 높은 ‘전장극복훈련’이 그것이다.
지난 15일 전장극복 훈련장. 이날 낮 최고기온은 33도. 군단과 예하부대 간부 20명이 자발적으로 이 훈련에 참여했다.
목이 타는 갈증을 뒤로하고 4시간에 걸쳐 종합PT체조와 참호격투로 이미 땀에 전 군복과 악 밖에 안 남은 교육생들의 힘찬 함성만이 하늘을 울렸다.
종합PT체조는 유격과 스쿠버, 해군특수전부대(UDT/SEAL) 등에서 실시하는 PT체조를 재종합한 것. 3시간을 넘게 이 훈련을 하다 보니 극도로 제한된 음식물만 제공받은 교육생들에게 급격한 갈증과 배고픔이 밀려왔다.
체력소모 훈련을 통해 극도의 피로감을 직접 체득한 교육생들은 곧이어 참호격투에 돌입했다.
종합PT체조에 이어 짜릿한 휴식도 없이 교육생들은 A·B팀으로 나뉘어 참호전투에 참가했다. 참호에서 밀려난 교육생은 곧바로 PT체조를 실시했다.
팀워크가 생명인 참호전투의 승자는 급수차에서 40초 동안 샤워할 수 있는 혜택을 받았고, 패한 팀은 단 20초만 할애됐다. 유일하게 식수를 먹을 수 있는 순간이다. 훈련하는 동안 팀장에게만 단 1ℓ의 물이 제공됐다.
참호전투에서 승리한 A팀은 건빵 한 봉지와 500㎖ 생수 1병을 받았다. 10명의 팀원이 나눠 먹기조차 부족한 양이다. 패한 B팀은 이마저도 없다. 다음 훈련을 위해 뜀걸음으로 이동하는 페널티(penalty)까지 받았다.
이번 훈련은 육체적 고통과 정신적 공포감을 통해 전장실상을 체험하고 개인과 팀단위 생존법, 자기구상을 통한 전투지휘 능력에 초점을 맞췄다. 특히 교육생들은 훈련 내용을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상황별 임무에 전념했다. 보다 실전적인 훈련을 위해 예기치 못한 경우를 대비해 스스로 대처능력을 터득하기 위해서다.
점차 피로감이 몰려오는 가운데 교육생들은 담력체험 훈련에 돌입했다. 교육생들은 안대로 눈을 가린 채 10여 분 이동하면서 쏟아지는 졸음, 낯선 곳에 대한 두려움을 동시에 느꼈다. 앞이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미로처럼 이어진 담력 훈련장 코스는 나 자신과의 싸움이었다.
정환영(소령) 의무실장은 “무박 2일 동안 최소의 물과 음식을 섭취할 경우 전투피로증이 발생할 수 있다”며 “전시와 같은 환경에서 자신의 육체와 정신이 어떻게 반응하고 극복하는지 체득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혹서기에 버금가는 날씨와 체력소모 훈련에 지친 교육생들은 완전군장을 메고 침투 및 은거 등 전술행동에 돌입했다.
입소 전 전시와 군장검사를 거쳐 군장 무게만 20㎏. 소총과 방독면까지 합하면 25㎏ 상당이다. 각 팀은 팀장조와 부팀장조로 나눠 탄약고와 후문 초소 탈취 임무를 부여받았다.
팀장들의 지시로 목표 타격을 위한 작전회의 이후 야음을 틈타 자유기동을 실시했다. 강습대대원으로 편성된 대항군 8명은 적 같은 복장에다 사투리까지 구사하며 훈련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이후 은거·잠적 임무를 수행하며 발각되지 않기 위해 비트를 구축한 후 졸음과 쌀쌀한 새벽공기를 참아야 했다. 이날 일교차는 17도. 낮 동안 한껏 젖은 전투복이 추위를 더 부추겼다. 군단은 새벽 1시부터 5분전투대기와 군견 2두를 동원해 탐색격멸작전을 펼쳐 16명 전원을 색출했다.
또 포로로 잡힌 교육생들은 곧바로 눈을 가리고 포승줄에 묶인 채 심문 과정을 밟기도 했다. 교육생들에게 포로 상황을 부여해 대면심문, 가스실체험, 취식물 회유 등을 단계별로 실시했다. 또 포로심문소 습격상황에서 도피 및 탈출을 감행하며 연결부대를 통한 부대복귀로 훈련을 마쳤다.
교육생 중 가장 많은 나이로 훈련에 참가한 7포병여단 서호원(34) 하사는 “그 나이에 단 몇 시간도 버티지 못 할 것이란 주변의 부정적 시각을 불식시키고 싶었다”며 “나 자신의 한계를 시험하고 좀 더 강인한 정신력을 배양하기 위해 일종의 도전의식이 발동했다”고 말했다.
군단은 훈련을 위해 야전 지휘통제실을 마련했으며, 교육생보다 많은 27명의 교관과 의무병력 등을 투입해 교육훈련의 완성도를 높였다. 이번 기수는 20명 중 16명이 수료했고, 4명이 갈증 등 체력저하로 중도포기했다. 그러나 침투훈련에서 다리가 퉁퉁 부어오른 한 교육생은 동료들의 도움을 받아 군장 무게를 줄여가며 임무를 완수하기도 했다.
한편 군단은 지난해 4회에 걸쳐 전장극복훈련을 실시해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마련했고, 올해 첫 훈련을 시작으로 총 12회 이상 시행할 계획이다. 이번 기수는 총 281명이 신청해 14대1로 경쟁률이 치열했다.
전장극복훈련 교육대장 김경연 중령-“전투지휘능력 뛰어난 간부 육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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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장극복훈련은 전장이라는 극한 상황에서 전투지휘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간부를 육성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육군7군단 김경연(중령·사진) 전장극복훈련 교육대장은 ‘전장극복훈련’의 의미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김 교육대장은 불확실성이 상존하는 전장 상황에 맞부딪치면서 겪을 수 있는 생존의 고통을 몸소 체험하는 시간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김 교육대장은 “교육생이 자발적으로 훈련에 참여해 고된 훈련에도 최선을 다하며 자신과 싸우며 승리하는 간부들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김 교육대장은 강도 높은 훈련과 함께 교육생들의 안전까지 책임졌다. 입소 전 교육생들은 체력측정과 건강검진을 통해 부적격 인원을 사전에 제외시켰다. 또 혹서기 등 날씨 상태를 수시로 확인해 탄력적인 교육을 실시했다.
한편 무박 2일 동안 교관들은 교육생과 함께 이동하며 건강상태와 함께 개인별·팀별 교육평가를 꼼꼼히 하며, 교육과정 하나하나에 심혈을 기울였다.
김 교육대장은 훈련 수료자들의 생활태도 또한 변화를 가져다준다고 한다. 그는 “힘든 전장 상황을 겪으면서 내가 살지 못하면 부하들의 안전을 책임지지 못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을 것”이라며 “어떤 임무가 주어져도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생활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