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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의지 불태운 KCTC 육군1사단 이재빈 일병

육군5군단전우회 2011. 6. 16. 00:14
이재빈 일병
육군1사단

처음 생각은 그랬다. 훈련이면 다 같은 훈련이지 KCTC라고 특별한 게 있을까? 지금까지 겪어 왔던 훈련들도 그랬다. 모든 훈련이 시작이 있고 자기 직책에 맞는 임무만 수행하다 보면 어느새 ‘상황종료’라는 말로 훈련이 끝났다. KCTC도 그럴 거라 생각했다. 보통 훈련보다 기간이 좀 길다뿐이지 지금까지 그래 왔던 것처럼 내 임무만 수행하며 상황종료를 기다리면 될 거라는 생각뿐이었다.

KCTC 시작을 본격적으로 체감한 것은 내 이름이 적힌 마일즈 장비를 받았을 때였다. 처음 보는 장비에 대한 생소함, 전투복 위로 감지기를 둘렀을 때 온몸으로 느껴지는 그 묵직함, 나의 생명과 행동 하나하나를 표현한다는 것에 묘한 기분이 들었다.

90㎜ 무반동총을 짊어지고 집결지를 향해 길을 나섰다. 그때까지는 평소 훈련과 마찬가지로 큰 긴장감은 없었다. 그러나 부대이동 도중 검은 구름이 하늘을 뒤덮더니 이윽고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처음엔 겉옷만 적시던 가느다란 빗줄기가 폭우로 돌변하면서 평소 약간의 물기와 먼지도 허용하지 않고 애지중지해 오던 90㎜ 무반동총과 개인화기, 심지어 속옷까지도 비에 젖어 들어갔다. 하지만 훈련이 중단된다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이것은 필히 전장 상황이기 때문이리라. 결코 그저 그런 훈련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자 슬슬 두려움이 느껴졌다.

폭우 속에 계속되는 부대이동과 적 특작조의 습격에 지쳤던 것일까, 전우들이 하나둘씩 사망하면서 분대원수는 점점 줄어 갔다. 결국 내 사수까지 중상을 입은 상태에서 치료받지 못해 사망하게 됐고 내가 통신망을 넘겨받으면서 대리분대장으로서 분대를 이끌게 됐다. 통신망 너머로 지휘자들의 다급한 상황전파가 오고가는 걸 들을 때마다 ‘과연 내가 잘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과 함께 ‘분대장’이라는 직책이 무겁게만 느껴졌고, 지금까지 통제해 왔던 분대장이 대단하게만 느껴졌다.

하지만, 힘들었던 기억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공격작전 준비 도중 우리를 습격한 대항군들에게 맞서 교전을 할 땐 반드시 이기겠다는 승부욕도 생겼고 그동안 귀로 듣고 몸으로 익혀왔던 전술적 행동을 자연스레 취할 땐 ‘내가 군인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훈련 간 많은 전투가 있었고 KCTC 훈련은 공격작전을 끝으로 무사히 끝이 났다.

KCTC 훈련을 통해 우리는 많은 것을 배우고 여러 가지를 느꼈다. 우리는 더 발전했고 어떤 훈련도, 앞으로 어떤 고난과 시련도 이겨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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