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준위 한주호” “육군소령 한만진” “경찰관경사 이병돈”…“조국에 몸 바친 당신을 잊지 않겠습니다
“육군 소령 한만진”, “경찰관 경사 이병돈”, “공군 일등중사 원장연”, “종군자 유격대원 권혁인”, “해군 준위 한주호”….
전장에서 조국을 위해 싸우다가 혹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다가 전사·순직한 호국영령들의 이름이다. 제56회 현충일 기념행사가 열린 6일 오전 국립대전현충원. 낭랑한 소리로 이들의 이름이 끊임없이 불렸다. 유가족과 참배객 등에 의해 호명된 호국영령은 1만8300명. 6·25전쟁과 베트남전, 가깝게는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제2연평해전 희생자들이다. 이들의 이름이 불릴 때마다 유가족들은 눈을 감고 묵념하거나 울먹였다. 이 행사에는 ‘롤콜(Roll Call)’ 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호국영령으로서는 ‘우리를 잊지말아 달라’는 물망(勿忘)의 뜻이, 그들의 이름을 일일이 부르고 듣는 이들에게도 ‘결코 잊지 않겠다”는 물망의 뜻이 담긴 행사다.
권율정 대전 현충원장은 “이분들이 있었기에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다. 이들의 숭고한 뜻을 결코 잊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행사 참가자들은 행사를 마친 뒤 호국영령들에 대한 고마움을 담은 글을 포스트잇에 써서 ‘하늘나라로 부치는 편지’라는 코너의 게시판에 붙였다. 4일부터 진행된 롤콜 행사를 통해 붙여진 스티커에는 ‘우리를 지켜주셔서 감사합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등의 수많은 글이 적혀 있어 주위를 숙연케 했다.
기념식에 앞서 천안함 46용사의 가족 220여명은 고인의 묘를 찾아 꽃에 물을 주거나 손수 싸온 음식을 묘비 앞에 놓고 절을 올렸다. 천안함 폭침 사건이 발생한 지 1년이 지났지만 유가족들은 슬픔을 어찌하지 못하고 오열했다.
천안함 유족인 안경환 상사의 여동생은 “오빠가 천안함을 타기 전 육상근무를 할 때 2년 정도 함께 살았는데 6시쯤 일과를 마치고 나면 퇴근한다고 늘 전화했었다”면서 “요즘도 밥을 할 때면 그 생각이 많이 난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날 최원일 당시 천안함 함장이 용사 묘역을 찾아 유가족들과 악수하며 고인을 애도했으며, 김성찬 해군 참모총장 등 군 관계자들도 차례로 용사 묘역에 다녀갔다.
염홍철 대전시장, 안희정 충남도지사, 김학배 대전지방경찰청장, 김기용 충남지방경찰청장, 임성호 32사단장, 권율정 대전현충원장 등도 기념식에 참석했다.
영령들의 이름을 부르는 롤콜 행사는 올해 2월 취임한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천안함 1주기를 맞은 지난 3월 해군 진해기지사령부는 천안함 용사들의 이름을 호명하는 방송을 부대 안에서 했지만, 현충원에서 롤콜 행사를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